이스라엘, 6시간 대피 시한 제시후 3시간 연장…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가자서만 2천329명 사망, 2014년 50일 교전 넘어…양쪽 3천600명 이상
"지상작전시 2006년 레바논전쟁 후 최대"
이란 개입 경고·헤즈볼라 교전 계속…이집트 국경 막혀 탈출도 난항
가자지구 지상전 임박, 제2 전선 우려까지…인도주의 위기 공포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제시한 대피 안전 보장 시한을 3시간 연장한 가운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어갔다.

이란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고,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도 계속됐다.

이란과 헤즈볼라까지 가세할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은 중동 다른 지역으로 불씨가 퍼질 위험이 있다.

이미 전기, 식수가 끊긴 가자지구에선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도주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지상전 임박, 제2 전선 우려까지…인도주의 위기 공포
◇ 오후 7시까지 대피령…"지상전 시, 2006년 레바논 전쟁 후 최대 규모"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는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때까지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군의 명확한 지상군 투입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5일 미국 CNN 방송에 민간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대로 "중요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군 장교들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당초 이번 주말에 지상군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흐려 지상군이 공중 엄호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며칠 간 미뤘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병력 수만명을 투입, 2006년 레바논 전쟁 후 최대 규모의 침공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방탄조끼를 입고 국경 부대를 방문, 전투 의지를 다졌다.

그는 병사들에게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준비됐는가"라고 물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은 계속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수십명의 시신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질 22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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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 우군' 헤즈볼라·이란 개입?…국제사회 외교 움직임
그동안 하마스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왔던 이란은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이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을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통제불능 상태'가 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란은 유엔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계속해서 교전을 벌였다.

이날 레바논 내부에서 발사된 대장갑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국경 마을에서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스라엘도 바로 대응에 나섰다.

전날에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테러리스트'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전면 개입할 경우 전선이 이스라엘 북부에서도 형성되면,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외교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따라 방문, 중동 지역 분쟁 확산 방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만나 중동 안정화를 위한 약속을 확인했다고 미 국무부는 전했다.

미국은 또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전단에 이어 이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을 동지중해로 이동시켰다.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안했다.

중국은 자이쥔 중동 문제 특사가 양측 휴전과 평화 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이번주 중동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지상전 임박, 제2 전선 우려까지…인도주의 위기 공포
◇ 가자지구 2천300명 사망, 피란 행렬…안전 우려 여전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가자지구에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자 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 오전 기준 최소 2천32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9천42명에 이른다.

최근 8일간의 사망자 수는 이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장 격렬했던 충돌이 있었던 2014년의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유엔 인도주의조정국에 따르면 50일간 이어졌던 2014년 전쟁 당시 팔레스타인인 최소 2천251명 숨졌다.

유엔에 따르면 42만3천명이 집을 잃었고, 주택 5천540채가 파괴됐다.

이스라엘 쪽에서는 사망자 1천300명, 부상자는 3천436명으로 유엔이 집계 집계했다.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로 가는 도로에는 자동차, 택시, 픽업트럭, 심지어 수레에도 사람들이 거리에 들어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자지구는 이미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터넷과 전기, 식수, 의약품 등의 공급이 끊겼다.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의 이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전기와 인터넷이 상당수 끊긴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메시지가 얼마나 전달됐을지는 불분명하다.

대피 경로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대피 경로 중 하나인 살라 알딘 거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어린이 등의 시신이 트레일러에 실린 모습이 관측됐다고 CNN은 보도하기도 했다.

구호단체들은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 가자지구 남부 병원에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북부의 환자를 그곳으로 옮기는 것은 "사형 선고"와 같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 종사자 다수는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슬람 구호단체 적신월사는 "병원에 약 300명의 환자가 있다"며 "환자를 대피시킬 방법이 없으니 우리도 대피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남쪽 이집트로 연결하는 '라파 통로'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집트가 이곳을 폐쇄하면서 대피가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 난민 수십만명이 자국 영토로 넘어오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집트는 라파 국경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있는 미국인이라도 라파를 통해 내보내달라는 미 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