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갤러리아 '명품 외관' 위해…한화가 찾아낸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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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탐구-숨은 1인치]
3D 프린터로 뿌리산업 인력난 극복한 삼영기계
3D 프린터로 뿌리산업 인력난 극복한 삼영기계
광교신도시에 3년 전 들어선 갤러리아백화점은 외벽(파사드)에 돌출된 유리 구조물로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보석이 박힌 듯한 형상을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러나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은 준공 일정을 맞추지 못 할 뻔했다. 설계안이 요구한 파사드의 각 꼭짓점에서 여러 각도로 불규칙하게 뻗어나가는 ‘비정형 노드(node)’를 구현할 공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한화건설이 찾은 기업이 삼영기계다. 주조 전문회사인 삼영기계는 3D 프린팅 기술로 이를 해결했다. 지난 13일 만난 한국현 삼영기계 사장은 “5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형태의 노드를 전통적인 주조 방식으로 제작하려면 금속을 하나하나 깎아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의미했다”며 “3D 프린팅 기술 덕에 비정형 노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런 모양의 건축자재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건축 공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광교 갤러리아백화점 파사드 시공사례는 해외 톱 저널(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에도 실렸다. 1975년 설립된 삼영기계는 주조 기반 엔진부품 전문회사다. 뜨거운 쇳물을 부어 피스톤, 실린더 헤드, 실린더 라이너, 엔진 블록 등을 만든다. 철도나 선박 엔진, 발전소 등에 쓰이는 중속(400~1000rpm) 엔진에 특화돼 있다. 삼영기계는 1980년대 이 같은 엔진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중속 엔진 피스톤 분야에선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독일업체 만(MAN)에 피스톤과 실린더 헤드, 엔진블록 등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 업체이기도 하다. 삼영기계가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한국현 사장이 2세 경영자로 회사에 합류하면서다.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던 부친 한금태 회장을 돕기 위해 들어왔지만, 회사의 사정은 막막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인력난이 심각했다. 간담회에선 근로자들로부터 “(사람도 없는데) 주조 공장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날아왔다.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봉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조 공정의 노하우가 노출돼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봐서다. 고심 끝에 한 사장은 3D 프린팅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쇳물을 부어 주물을 만들 때 쓰이는 모래 거푸집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부터 연구를 착수해 2020년에 ‘바인더 젯팅 샌드 3D프린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 사장은 “모래 틀을 조립하는 합형 공정과 쇳물을 붓고 식은 뒤 주물의 표면을 그라인딩 후처리 하는 과정이 현장에서 가장 인력이 필요한 공정”이라며 “3D 프린팅으로 거푸집을 만들면 조립 없이 일체화된 틀을 만들 수 있고 제품의 표면도 깔끔해 사상(그라인딩) 공정 같은 후처리 작업도 간소화된다”고 강조했다.
삼영기계는 3D 프린터를 통해 현장 수작업의 40~60% 절감 효과를 거뒀다. 시제품 제작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한 사장은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면 훨씬 복잡한 형태의 제품 설계도 가능할 뿐 아니라, 주조 공정 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대폭 절감하여 탄소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뿌리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다. 삼영기계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70% 증가한 340억원 선. 원래 연 매출 550억원 대 회사였으나 수년 전 조선업 불황과 국내 대기업과 기술 탈취 분쟁 등을 겪으면서 급감했다. 지금은 법적 소송이 마무리돼 매출이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공주=이정선 중기선임기자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한화건설이 찾은 기업이 삼영기계다. 주조 전문회사인 삼영기계는 3D 프린팅 기술로 이를 해결했다. 지난 13일 만난 한국현 삼영기계 사장은 “5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형태의 노드를 전통적인 주조 방식으로 제작하려면 금속을 하나하나 깎아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의미했다”며 “3D 프린팅 기술 덕에 비정형 노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런 모양의 건축자재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건축 공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광교 갤러리아백화점 파사드 시공사례는 해외 톱 저널(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에도 실렸다. 1975년 설립된 삼영기계는 주조 기반 엔진부품 전문회사다. 뜨거운 쇳물을 부어 피스톤, 실린더 헤드, 실린더 라이너, 엔진 블록 등을 만든다. 철도나 선박 엔진, 발전소 등에 쓰이는 중속(400~1000rpm) 엔진에 특화돼 있다. 삼영기계는 1980년대 이 같은 엔진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중속 엔진 피스톤 분야에선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독일업체 만(MAN)에 피스톤과 실린더 헤드, 엔진블록 등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 업체이기도 하다. 삼영기계가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한국현 사장이 2세 경영자로 회사에 합류하면서다.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던 부친 한금태 회장을 돕기 위해 들어왔지만, 회사의 사정은 막막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인력난이 심각했다. 간담회에선 근로자들로부터 “(사람도 없는데) 주조 공장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날아왔다.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봉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조 공정의 노하우가 노출돼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봐서다. 고심 끝에 한 사장은 3D 프린팅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쇳물을 부어 주물을 만들 때 쓰이는 모래 거푸집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부터 연구를 착수해 2020년에 ‘바인더 젯팅 샌드 3D프린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 사장은 “모래 틀을 조립하는 합형 공정과 쇳물을 붓고 식은 뒤 주물의 표면을 그라인딩 후처리 하는 과정이 현장에서 가장 인력이 필요한 공정”이라며 “3D 프린팅으로 거푸집을 만들면 조립 없이 일체화된 틀을 만들 수 있고 제품의 표면도 깔끔해 사상(그라인딩) 공정 같은 후처리 작업도 간소화된다”고 강조했다.
삼영기계는 3D 프린터를 통해 현장 수작업의 40~60% 절감 효과를 거뒀다. 시제품 제작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한 사장은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면 훨씬 복잡한 형태의 제품 설계도 가능할 뿐 아니라, 주조 공정 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대폭 절감하여 탄소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뿌리산업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다. 삼영기계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70% 증가한 340억원 선. 원래 연 매출 550억원 대 회사였으나 수년 전 조선업 불황과 국내 대기업과 기술 탈취 분쟁 등을 겪으면서 급감했다. 지금은 법적 소송이 마무리돼 매출이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공주=이정선 중기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