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여파…금값 주간 상승률 7달 만에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이 격화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개전 직후 일주일 만에 5% 넘게 뛰었는데, 주간 상승률로 보면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전일보다 3.11% 급등한 트로이온스(약 31.3g)당 1941.50달러에 마감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7일 이후 한 주 동안 5.2% 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3월 중순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중동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 결과다. 시장에선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동 리스크 여파…금값 주간 상승률 7달 만에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중동에서의 지정학 리스크가 한층 더 악화하면 금값은 연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1800달러 중반에서 1900달러 중반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 관련 전망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국채 수익률이 올라 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로 시장 전망(3.6%)을 소폭 웃돌았지만, 8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4.3%)보다 낮아진 4.1%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2.9%에 이른다.
자료=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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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하이리지퓨처스의 데이비드 머저 금속 거래 담당 국장은 “CPI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Fed가 오는 11월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이는 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역시 Fed의 금리 추가 인상을 단념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있다. 덴마크계 투자은행(IB)인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 담당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중동에서의 긴장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Fed가 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음에도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급격하게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