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이 끝내주는 전종서의 복수극… 넷플 1위 ‘발레리나’ [리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리뷰
누아르액션 전종서, ‘콜’처럼 팔딱거릴 줄 알았는데...
OTT 구독자들은 환영할 96분의 러닝타임
짧고 효율적인 액션 서사...하지만 아쉬운 것들
누아르액션 전종서, ‘콜’처럼 팔딱거릴 줄 알았는데...
OTT 구독자들은 환영할 96분의 러닝타임
짧고 효율적인 액션 서사...하지만 아쉬운 것들
미스터리의 경호업체에서 일하던 옥주(전종서 분). 유일한 친구인 발레리나 민희(박유림 분)가 죽자,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놈들을 추적한다. 여자들을 감금하고 유린하는 남자들의 조직범죄가 드러나고, 옥주는 이들을 궤멸시키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든다.
‘발레리나’는 배우 전종서를 내세운 액션 누아르 영화다. 이충현 감독과 합을 맞춘 넷플릭스 작품으로선 ‘콜’(2020)에 이어 두번째다. 비교가 불가피하다.
‘콜’(2020)의 빌런, 전종서는 빛났다. 어디서부터 심사가 비틀렸는지 알 수도 없는, 예측 불가능의 연쇄살인마 소녀. 깔깔대다가 눈빛 한번 바뀌지 않고 쌍욕을 퍼붓는 싸이코패스. 그의 얼굴은 당시 넷플릭스 영화를 규정하던 신선함 그 자체이기도 했다. ‘콜’에는 스릴러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촘촘한 스토리가 있었고, 덕분에 전종서는 느슨해지지 않았다.
‘발레리나’에서 전종서는 원톱 주인공으로 승격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감성적인 액션’은 그를 더욱 빛낼 요소다. “아름다우면서 잔혹한 발레 공연처럼 보이고 싶었다”는 이충현 감독의 말처럼, 미장센은 특히 다채롭다. 나이트클럽과 모텔, 케이크숍 등 배경 또한 색감이 강조돼있다.
이는 옥주의 어두운 내면과 대조되며, 민희의 우정과 고통을 상기시킨다. 하늘색 민트초코 케이크, 핏빛 포장 테이프 같은 소품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아름답지만 그 의도가 때때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작위적으로 꾸며진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바다에 대한 이미지나, ‘물고기’에 대한 대사는 민희와의 플래시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복수의 유일한 동기인 민희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인지 옥주는 대사로 복수의 이유를 설명하곤 하는데, 이는 액션 주인공의 매력을 깎아먹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과묵하고 비범한 킬러, 전종서는 오프닝부터 그 능력치를 멋지게 보여준다. 모텔 씬과 마약 제조공간 등 폐쇄적인 공간을 활용한 액션도 그럴 듯 하다. 카메라 워크가 상하좌우 적극적으로 끼어들며 액션의 쾌감을 끌어올린다. 액션 자체의 물리적 타격감이나 속도감, 창의적인 안무와 세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아쉽게 느낄 수 있다.
빌런들은 흥미롭다. 마약을 팔고 여성을 착취하는 최프로(김지훈 분), 그를 컨트롤하는 조사장(김무열 분) 등은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N번방 사건 등 시의성을 살린 설정이 돋보인다. 하지만 옥주가 이들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후련함이나 즐거움은 부족하다. 희생자도 분명하고, 사회적 명분(?)도 확실한데, 왜 옥주의 복수는 어딘가 부족한 걸까.
악인의 레이어가 더 복잡했다면, 이들을 옥주가 처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쾌감을 줬을지 모른다. 영화 ‘아저씨’(2010) 또한 아이 한명으로부터 복수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이고 개성 강한 악당 캐릭터들과 차례차례 맞붙음으로서 단선적인 스토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악녀’(2017)가 남북 갈등, ‘길복순’(2023)이 글로벌 킬러조직을 끌어온 것처럼, ‘발레리나’도 악의 스케일을 키웠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글쎄. 이쯤에서 ‘발레리나’의 러닝타임 이야기를 해야겠다. 96분. 마블 시리즈가 티켓값에 부응하겠다는 듯 두세시간을 우습게 넘기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 등 OTT의 장편영화들은 짧고 화끈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서사들은 생략하는 게 낫다.
일단 칼부터 뽑은 뒤, 왜 칼을 뽑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오늘날 트렌드다. 할리우드를 지배했던 스토리텔링 공식은 변화했다. 1막, 즉 스토리가 시작하고 ‘결정적 사건’(민희의 메시지)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어차피 복수담인 거 아는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지겹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2막부터 펼쳐질 액션 활극 그 자체다.
문제는 그 액션 활극이 불만족스러울 경우다. 복수의 동력이 부족해질 때마다, 옥주가 과거 회상으로 이를 채운다. 팔딱팔딱 뛰어야 할 액션 히어로 전종서가 늘어진다.
결말은 다소 감상적이다. 마지막 싸움은 열린 공간에서 이뤄지지만, 스토리는 닫혀버린 느낌이다. 액션 영화 ‘존 윅’이 세계관을 확장해가며, 5편 제작에 들어간 것은 캐릭터와 액션 자체의 매력 덕분이었다. ‘존 윅’의 스핀오프인 또 다른 ‘발레리나’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래도 미덕은 짧은 러닝타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주인공은 성실하게 빌런과 맨몸으로 싸우며, 복수를 완료한다. 인물은 적고 개성 강하므로 일일이 메모할 필요가 없으며, 서사는 복잡할 게 없다. 비주얼은 화려하고 음악은 힙하다. ‘발레리나’는 OTT를 구독하는 오늘날 관객들에겐 손해볼 것이 없는 콘텐츠다. 김유미 객원기자
‘발레리나’는 배우 전종서를 내세운 액션 누아르 영화다. 이충현 감독과 합을 맞춘 넷플릭스 작품으로선 ‘콜’(2020)에 이어 두번째다. 비교가 불가피하다.
‘콜’(2020)의 빌런, 전종서는 빛났다. 어디서부터 심사가 비틀렸는지 알 수도 없는, 예측 불가능의 연쇄살인마 소녀. 깔깔대다가 눈빛 한번 바뀌지 않고 쌍욕을 퍼붓는 싸이코패스. 그의 얼굴은 당시 넷플릭스 영화를 규정하던 신선함 그 자체이기도 했다. ‘콜’에는 스릴러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촘촘한 스토리가 있었고, 덕분에 전종서는 느슨해지지 않았다.
‘발레리나’에서 전종서는 원톱 주인공으로 승격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감성적인 액션’은 그를 더욱 빛낼 요소다. “아름다우면서 잔혹한 발레 공연처럼 보이고 싶었다”는 이충현 감독의 말처럼, 미장센은 특히 다채롭다. 나이트클럽과 모텔, 케이크숍 등 배경 또한 색감이 강조돼있다.
이는 옥주의 어두운 내면과 대조되며, 민희의 우정과 고통을 상기시킨다. 하늘색 민트초코 케이크, 핏빛 포장 테이프 같은 소품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아름답지만 그 의도가 때때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작위적으로 꾸며진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바다에 대한 이미지나, ‘물고기’에 대한 대사는 민희와의 플래시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복수의 유일한 동기인 민희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인지 옥주는 대사로 복수의 이유를 설명하곤 하는데, 이는 액션 주인공의 매력을 깎아먹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과묵하고 비범한 킬러, 전종서는 오프닝부터 그 능력치를 멋지게 보여준다. 모텔 씬과 마약 제조공간 등 폐쇄적인 공간을 활용한 액션도 그럴 듯 하다. 카메라 워크가 상하좌우 적극적으로 끼어들며 액션의 쾌감을 끌어올린다. 액션 자체의 물리적 타격감이나 속도감, 창의적인 안무와 세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아쉽게 느낄 수 있다.
빌런들은 흥미롭다. 마약을 팔고 여성을 착취하는 최프로(김지훈 분), 그를 컨트롤하는 조사장(김무열 분) 등은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N번방 사건 등 시의성을 살린 설정이 돋보인다. 하지만 옥주가 이들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후련함이나 즐거움은 부족하다. 희생자도 분명하고, 사회적 명분(?)도 확실한데, 왜 옥주의 복수는 어딘가 부족한 걸까.
악인의 레이어가 더 복잡했다면, 이들을 옥주가 처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쾌감을 줬을지 모른다. 영화 ‘아저씨’(2010) 또한 아이 한명으로부터 복수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이고 개성 강한 악당 캐릭터들과 차례차례 맞붙음으로서 단선적인 스토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악녀’(2017)가 남북 갈등, ‘길복순’(2023)이 글로벌 킬러조직을 끌어온 것처럼, ‘발레리나’도 악의 스케일을 키웠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글쎄. 이쯤에서 ‘발레리나’의 러닝타임 이야기를 해야겠다. 96분. 마블 시리즈가 티켓값에 부응하겠다는 듯 두세시간을 우습게 넘기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 등 OTT의 장편영화들은 짧고 화끈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서사들은 생략하는 게 낫다.
일단 칼부터 뽑은 뒤, 왜 칼을 뽑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오늘날 트렌드다. 할리우드를 지배했던 스토리텔링 공식은 변화했다. 1막, 즉 스토리가 시작하고 ‘결정적 사건’(민희의 메시지)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어차피 복수담인 거 아는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지겹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2막부터 펼쳐질 액션 활극 그 자체다.
문제는 그 액션 활극이 불만족스러울 경우다. 복수의 동력이 부족해질 때마다, 옥주가 과거 회상으로 이를 채운다. 팔딱팔딱 뛰어야 할 액션 히어로 전종서가 늘어진다.
결말은 다소 감상적이다. 마지막 싸움은 열린 공간에서 이뤄지지만, 스토리는 닫혀버린 느낌이다. 액션 영화 ‘존 윅’이 세계관을 확장해가며, 5편 제작에 들어간 것은 캐릭터와 액션 자체의 매력 덕분이었다. ‘존 윅’의 스핀오프인 또 다른 ‘발레리나’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래도 미덕은 짧은 러닝타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주인공은 성실하게 빌런과 맨몸으로 싸우며, 복수를 완료한다. 인물은 적고 개성 강하므로 일일이 메모할 필요가 없으며, 서사는 복잡할 게 없다. 비주얼은 화려하고 음악은 힙하다. ‘발레리나’는 OTT를 구독하는 오늘날 관객들에겐 손해볼 것이 없는 콘텐츠다. 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