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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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처음으로 7000원을 돌파했다. 밀가루를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훌쩍 뛴 결과다. 추석 이후 먹거리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만큼 연말 성수기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자장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지난해 9월보다 12.2% 뛴 7069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7000원대를 뚫었다. 자장면 가격은 지난해 4월 6000원대를 넘어선 후 약 1년 반 만에 7000원선도 상회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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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최근 1년간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1년 사이 9% 오른 삼계탕(1만6846원)을 비롯해 비빔밥(8.8%·1만500원), 냉면(7.7%·1만1308원)도 1만원짜리 한장으로는 서울에서는 사먹을 수 없다. 김치찌개 백반(6.2%·7846원), 칼국수(6.4%·8962원), 김밥(5.5%·3215원) 등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식당의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2.1%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1만9253원으로 2만원에 육박했다.

업계에서는 전방위적인 재료비 인상 요인이 결국 가격에 반영됐다고 풀이한다. 일례로 자장면의 경우 주요 재료인 밀가루, 식용유 등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자장면의 가격 상승폭은 최근 2년간 20%대였으나 밀가루, 식용유 가격은 그보다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자장면 가격이 소비자원과 통계청 집계 기준으로 각각 27.7%, 23.3% 오르는 사이 밀가루 가격은 44.8%(통계청 기준), 식용유 가격은 67.3% 급등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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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새싹기업) 마켓보로가 지난 2월 말 외식 사업자 전용 식자재 구매 애플리케이션(앱) '식봄'에서 판매되는 식자재 2015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평균 17.6% 상승했다.

이에 물가 상승 속 소비자뿐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은 상황이다. 마켓보로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상수동 소재 한 중식당 사장은 "올해 초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메뉴 당 500∼1000원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품·주류 업계에서 제품 가격이 들썩이는 만큼 외식 물가는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장재 가격과 인건비 및 물류비 상승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공덕동의 한 음식점 메뉴판에 ‘소주 6000원’이 적혀 있다.  사진= 최혁 기자
서울 공덕동의 한 음식점 메뉴판에 ‘소주 6000원’이 적혀 있다. 사진= 최혁 기자
대표적으로 국내 맥주 시장 1위의 출고가 인상으로 식당의 주류 가격이 연말 성수기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를 비롯한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카스 500mL 캔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이를 제외한 캔 제품과 식당에서 판매하는 업소용 500mL 병 제품에 대해 1년7개월 만에 인상을 단행했다. 출고가 인상으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비자가격과 외식업계 병맥주 가격도 오르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식당들이 맥주와 소주의 출고가가 오를 때 다른 비용을 함께 반영해 1000원 단위로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부 식당에서 소주와 맥주 한 병당 가격이 최고 6000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소비자가 '소맥'(소주+맥주)를 만들기 위해 1만2000원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 점에 비춰 삼겹살 회식 비용이 1인당 3만원 수준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