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37조 화물중개 시장 노린다
물류업계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간물류(미들마일) 시장에 LG유플러스가 도전장을 던졌다. 화물 중개 플랫폼으로 3년 이내에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합류로 연간 37조원 규모인 국내 미들마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물차용 내비게이션도 탑재

LG유플러스, 37조 화물중개 시장 노린다
LG유플러스는 화물 운송 작업을 디지털로 전환한 플랫폼인 ‘화물잇고’(사진)를 이달 출시한다고 16일 발표했다. 화물잇고는 화물 운송을 의뢰받아 차량을 배차하는 주선사와 화물차 기사인 차주를 이어주는 앱이다. 주선사가 웹으로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가 모바일 앱에서 원하는 화물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세금계산서 발행, 인수증 관리, 보험료 지급 등의 업무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신한카드와 협업해 화물 운송료 전용 결제 카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0일가량 걸리던 대금 지급 기간을 1일 이내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물류산업은 운송 단계에 따라 퍼스트마일, 미들마일, 라스트마일로 나뉜다. 퍼스트마일은 컨테이너로 화물 수출입을 하는 단계, 라스트마일은 소비자가 택배를 받는 단계다. 두 단계를 잇는 미들마일 시장은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37조원에 이르지만 업무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영세 주선사들이 주문을 따와 알음알음 차주를 구하는 게 보통이다.

LG유플러스가 겨냥한 핵심 이용자층은 전국 차주 43만 명이다.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업계 최초로 운송 플랫폼에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화물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길이나 터널, 유턴 불가 구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인공지능(AI)이 상하차지에 맞춰 최적의 업무 스케줄도 짜준다. LG유플러스는 서비스 출시 후 3년 내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비스 출시 초기엔 무료로 운용하지만,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월 정액제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주선사·차주 고객 놓고 카카오 ‘맞불’

LG유플러스의 최대 라이벌은 카카오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 운송 플랫폼인 ‘카카오T트럭커’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서비스도 화물잇고처럼 주선사·차주 연결이 핵심이다. 이미 지난달 차주 이용자 1만여 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주선사 없이 화주와 차주를 직접 이어주는 플랫폼도 속속 나오고 있다. KT가 지난해 5월 선보인 ‘브로캐리’, 티맵모빌리티가 올 2월 출시한 ‘티맵화물’ 등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도 7월 ‘더운반’을 내놓으며 이 시장에 참전했다.

플랫폼 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화물차 7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는 강동물류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이 통신사는 자사뿐 아니라 LG그룹 계열사의 화물량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사업 기반을 빠르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그룹은 국내 화물량의 40%가량을 외부 주선사에 맡기고 있는데 이 물량을 화물잇고로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 영업 조직을 운영하는 통신사의 경험을 미들마일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향후 자율주행, 로봇 물류,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