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짜리 아파트, 마곡에 떴다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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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한강 이남을 개발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서울의 도시계획에서 근간이 된 말이 있습니다. 3핵도시입니다. 광화문·시청-여의도·영등포-강남을 말하죠. 이곳들이 바로 지금의 서울 3대 업무권역이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까지 더해서 4대 업무지구라고도 해요. 어디일까요? 마곡입니다. 오늘은 마곡 10-2 사전청약 살펴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상전벽해 아닌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가장 많이 달라진 곳은 마곡입니다. 사진 뒤로 벌판 보이죠. 저 동네가 이렇게 바뀐 겁니다. 면적이 360만㎡이고 우리가 330만㎡부터 신도시라고 부르니까 사실상 신도시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신도시로 부르진 않고 정식명칭은 마곡도시개발지구입니다. 앞서 성수와 구로 얘기를 잠깐 했죠. 물론 그곳들도 훌륭한 업무지구입니다만 제각 마곡을 꼽은 이유는 입주한 기업들의 규모와 성격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일단 LG, 코오롱, 에쓰오일, 이랜드, 넥센, 롯데까지 형님들이 많이 와 계시고 대기업, 중소기업 합치면 200곳 정도 됩니다. 중요한 건 R&D 인력 중심이라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여기 LG사이언스파크죠. 바로 옆엔 LG아트센터가 있는데, 이 건물은 안도 다다오라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었어요. 저쪽 뒤에 보이는 삼진제약 건물도 서울시에서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마곡에 중요한 시설, 멋진 건물이 많습니다. 이대서울병원도 근처에 있습니다. 둘 다 정림에서 설계를 했고요. 아트센터주변의 이 녹지는 그냥 공원이 아니라 서울식물원이에요. 이 녹색 땅 전체가 식물원입니다. 가운데 이렇게 온실이 있죠, 지붕을 자세히 보면 꽃봉오리 모양입니다. 삼우에서 설계를 했고요. 마곡의 기반시설들이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이제 감이 오시죠. 식물원에서 북쪽으로, 한강쪽으로 보면 물재생센터가 있는데 옛날 말로 하수종말처리장입니다. 물론 지하에 있습니다. 마곡에서 기다리는 가장 큰 호재는 제2 코엑스인데요. 컨벤션센터만 짓는 게 아니라 몇 블록에 걸쳐서 복합시설을 짓습니다. MICE라고 하죠. 나중엔 마곡역쪽에 강서구청도 들어오고요. 지도를 펼쳐보면 더욱 놀라운데요. 5호선, 9호선, 공항철도까지 철도 노선이 3개입니다. 모두 도심으로 향하는 노선들이죠. 서울시가 작정하고 만든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마곡엔 16개의 주택용지가 있는데 15개는 이미 끝났고 딱 하나 남았어요. 택시차고지도 활용한다 어쩐다 하는데 그건 유휴부지 활용 방안이고, 택지로는 구석에 남은 10-2가 마지막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마곡 사전청약이 바로 여기 10-2블록입니다.
땅 크기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단지가 크진 않아요. 전체 570가구 중에 이번에 사전청약으론 260가구 나옵니다. 참고로 이 사업을 하는 SH는 사전예약이란 말을 쓰는데 똑같은 뜻이에요. 주택형은 전부 전용면적 59㎡입니다. 여기 보면 분양가는 3억이라고 나와 있네요. 이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주택입니다. 쉽게 말하면 땅이 없어요,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입니다. 원래 아파트라는 건물의 등기엔 그 집이 깔고앉은 땅의 면적, 그러니까 대지지분이 얼마만큼인지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그 땅이 없는 거죠. 내가 서울시 땅을 빌려서 그 위에 건물을 짓고 사는 개념입니다. 여기 보면 '40년 이내의 임대차기간 동안~'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그러니까 40년 동안 당신에게 땅을 빌려줄 테니 그동안 여기서 살아, 라는 거죠. 지상권은 내 땅은 아니지만 그 공간을 쓸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장점은 뭘까요? 땅이 없으니까 땅값이 빠지고 그만큼 분양가가 쌉니다. 나중에 재산세 낼 때도 토지분 빼고 건물분만 내요. 그럼 단점은 뭘까요?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혹시 우리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이 땅이 필요합니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이 건물을 허물면 우리 재산이 증발하겠죠. 그래서 재개발·재건축은 원래 땅, 그러니까 대지지분을 갖고 사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땅이 없습니다. 나중에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그 땅을 도로 사와야 하는 것이죠. 누구에게? 서울시로부터. 문제는 그때 가서 땅을 사려고 하면 한 마음 한 뜻이 안 된다는 겁니다. 누군가는 그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티죠. 지금도 그런 단지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집을 매각할 때는 공공에게만 팔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격 책정이 보수적이겠죠. SH 땅을 빌려 쓰는 집이니까 그 임대료를 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월세는 싸지만 관리비는 비싼 집에 살던 느낌이죠. 물론 보증금을 1억 정도 내면 이 관리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실질 분양가는 3억이 아니라 4억 정도 되는 것입니다. 조건은 일반적인 공공분양과 거의 비슷합니다. 특공은 신혼·청년·생애최초 유형으로 나옵니다. 싱글이면 청년만 되고, 공공이기 때문에 생애최초에서 1인가구는 안 됩니다. 반대로 청년은 1인가구만 됩니다.
일반공급은 당연히 순차제. 그러니까 월 10만원씩 오래, 많이 넣은 사람부터 당첨입니다. 참고로 고덕강일에선 2200만원 정도 커트라인 나왔습니다. 마곡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의 특징은 소셜믹스인데요. 그러니까 분양세대와 임대세대의 동·호를 구분하지 않고 섞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무량판 설계가 주차장이 아닌 개별 세대에 적용된 점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문규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