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사는 금발을…' 70주년
이랜드, 켄싱턴호텔에 소장품 전시

눈부신 금발 머리,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손을 쭉 뻗자, 그 옆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화려한 보석을 대령한다. 여자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외친다. “티파니! 까르띠에!”
1953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속 이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장면이다. 새파란 신인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는 돈을 밝히는 쇼걸 로렐라이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3년 뒤 먼로는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환풍구 바람으로 한껏 부푼 치마를 요염한 표정으로 누르고 있는 장면으로 지구촌 최고의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먼로는 친부모로부터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세 번 이혼했다. 서른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인생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톨스토이 책을 200권 넘게 보유한 독서광, 연기와 창작을 진지하게 탐구한 예술가였다. 전시회장 뒤쪽에는 생전에 먼로가 한 말이 적혀 있다. “계속 웃어라. 인생은 아름답고, 웃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