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금융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8월 내비게이션 ‘티맵’ 운영사인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면서다. 국민은행과 티맵모빌리티는 대출 보험 카드 등 금융 서비스와 대리운전 화물 전기차 등 모빌리티 신상품을 출시하며 금융권 ‘빅블러’(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 티맵 투자 1년…업종 경계 허물었다

금융권 문턱 낮춰 ‘상생’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낮은 신용도 탓에 은행 거래가 쉽지 않았던 티맵 대리운전 기사들이 긴급 소액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비대면 상품을 선보였다. 이들이 고정 급여가 없는 점을 감안해 50만원 이상의 입금 내역만 있으면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KB 올인원급여통장’도 내놨다. 이 통장은 출시 6개월 만에 5만8000여좌가 개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KB국민카드도 대리운전 기사들의 소비가 많은 편의점과 대중교통, 통신비 할인에 집중한 ‘KB국민 티맵&로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또 티맵모빌리티 화물 자회사인 와이엘피 우수 거래 차주를 대상으로 운송료 정산 주기를 15일로 단축한 기업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그 덕분에 운송 후 30일이 지나서야 운송료를 받을 수 있었던 화물차주 1000여 명이 혜택을 봤다. KB손해보험 적재물 배상책임보험 무료 가입과 KB캐피탈의 화물차 구입 전용 대출 등 맞춤형 금융 상품도 출시했다.

티맵에선 은행 영업점 안내도

KB금융은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 ‘국민 내비’로 불리는 티맵 고객을 통한 연계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지난 8월 내놓은 ‘티맵 KB국민카드’는 티맵 대리·주차 서비스 결제 때 기본 할인 30%에 KB페이로 결제 시 추가 20% 할인을 더해 최대 50% 할인을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이 같은 달 출시한 ‘KB다이렉트 플러스 운전자보험’도 티맵 서비스의 특징을 반영했다. 티맵 안전운전 점수 70점 이상일 때 가입 첫해 보험료를 11.5% 추가 할인해 한 달 만에 2500건 가까운 계약자가 몰렸다. 티맵 전기차 충전기 정보를 KB부동산과 연계해 거주지 주변 전기차 충전기 정보도 제공한다. 티맵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세 정보를 클릭하면 KB부동산을 통해 시세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9to6 영업점’ 주변을 지나는 티맵 고객에게 오후 4시 이후에도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음성으로 안내하고 있다. 향후 티맵을 통해 영업점 대기 고객 확인부터 온라인 번호표 발행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KB금융은 티맵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결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KB캐피탈의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는 티맵이 보유한 차량 및 주행 이력 데이터를 결합해 내 차 운행 관리 서비스와 중고차 시세 예측 모형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유무 등 기존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주는 지표는 물론 차량 소유자의 운전 행태와 자주 운행하는 지역, 도로 정보 등 차량 관리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도 티맵이 보유한 카드 소비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와 상생금융을 시작으로 플랫폼 간 연계 확대로 금융·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업을 늘려 이종(異種) 산업 간 성공 사례를 써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