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16일 오전 11시 21분

대형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선순위 대출 금리가 연 10%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연말을 대비해 일제히 관리모드에 들어가자 ‘자금줄’이 말라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솟는 PF 금리…대형 건설사도 '두자릿수'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F 주관사인 KB증권은 지난달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의 본PF 대출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우건설이 책임준공을 확약한 은화삼지구 PF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연 10.5% 수준에 달했다. 은화삼지구는 공동주택 3개 블록과 기반시설·근린생활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연내 37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가 준공을 확약한 PF 사업장의 선순위 대출 금리는 올초만 하더라도 연 6~8% 수준이었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의 울산 사업장 차주도 본PF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선순위 투자자들에 연 10% 안팎의 금리로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주거용 개발사업의 PF 선순위 출자 요구 수익률을 연 10% 이상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F 자금을 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선 선순위 이자를 최소 두 자릿수 이상 요구하고 있다”며 “두 자릿수 이상 수익이 보장돼야 증권사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대출 건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연말로 갈수록 PF 대출 어려울 듯

업계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기 전망 등으로 부동산 중·후순위 투자자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PF 시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부동산 PF사업의 중·후순위 대출은 사업 주관사 역할을 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담당했다. 이런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들어 PF사업 투자 손실 등으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는 전언이다. 과거 PF 시장에서 증권사와 활발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던 새마을금고가 투자 손실 등을 이유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부동산 PF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로 분석됐다. 캐피털, 여신전문금융사도 기존 익스포저가 많아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시행사들은 개인 자산가나 중소·중견 기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IB업계 관계자는 “PF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나 기업어음(CP) 금리에 가산해 책정되는데 시장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PF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며 “대출해주는 금융사가 점점 적어지면서 금리가 더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한 사업장은 본PF로 넘어가고 있다. 중소형 사업장의 PF나 부동산사업 인허가 이전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브리지론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연말로 갈수록 이런 PF 시장 경색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하거나 관리모드에 들어가는 금융사가 늘어나면서 자금을 집행할 금융사는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