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에 긴장…애플 "반값 비전프로 개발 중"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보급형 모델을 내놓을 전망이다. 3500달러에 달하는 비전 프로만으론 고객을 끌어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타플랫폼스가 지난달 말 성능을 개선한 MR 헤드셋 신제품 ‘퀘스트3’를 내놓은 것도 애플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IT 전문기자는 뉴스레터 ‘파워 온’을 통해 “애플이 내부적으로 1500~2500달러대의 비전 프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비전 프로는 지난 6월 애플의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처음 공개한 MR 헤드셋이다. ‘공간형 컴퓨터’를 모토로 애플이 2014년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다. 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실제 구매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급형 모델은 ‘아이사이트’와 같은 주요 기능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사이트는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눈을 보여줘 상대방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헤드셋에 부착된 카메라 숫자를 줄이고 해상도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보급형 모델 개발 배경엔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타는 지난 9월 말 연례행사 ‘메타 커넥트 2023’을 통해 성능을 한 단계 개선한 ‘퀘스트3’ 신제품(사진)을 공개했다. 퀘스트3 역시 헤드셋을 쓴 채로 외부를 볼 수 있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기존 퀘스트2가 게임 위주로만 기능을 한다면 퀘스트3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문서작업도 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가격은 500달러로 책정했다.

비전 프로 보급형 모델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퀘스트3보다 세 배 이상 가격이 비싸 대중화가 어렵다는 지적과 메타의 제품과는 타깃 시장이 다르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