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신용공여잔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예·적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스피에 '빚투' 급감…두 달새 2조 줄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4641억원(지난 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9월 13일(20조4593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1조9952억원 감소했다. 시장별로 보면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 신용잔액은 8863억원, 코스닥시장 신용잔액은 1조1089억원 줄어들었다.

미국 고금리 우려가 커진 데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신용잔액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예탁금은 49조4920억원(13일 기준)으로 1개월 전(52조1585억원)과 비교하면 2조6665억원 감소했다. 9월 1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4.97%, 코스닥지수는 11.87% 하락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미수거래에서 반대매매를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하루평균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은 평균 52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루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510억원, 8월 평균이 514억원임을 고려하면 소폭 증가했다. 미수거래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 내로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증시를 떠난 자금은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원으로 전달 대비 10조1698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8월만 해도 597조9651억원으로 6월(623조8731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으나 최근 주식시장 불안으로 다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리스크로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것이 크게 어려워진 것도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유가와 금리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 흐름을 예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당분간 적극적 시장 대응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