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불안에…음식료·금융·통신株로 '피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회복세를 타던 증시가 급락했다. 음식료, 통신, 금융 등 일부 방어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확전 우려에 신저가 속출

16일 코스피지수는 0.81% 내린 2436.24에 마감하며 지난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는 1.49% 내린 810.5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800선도 위협받았다. 외국인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80억원, 1404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69%에 해당하는 645개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전체 종목의 78%(1259개)가 하락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는 항공·해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진에어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84%, 3.89% 내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팬오션도 장중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최근 한 달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전쟁 확산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유가 상승 수혜주로 꼽힌 에너지는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대성에너지는 상한가(29.98%)에 거래를 마쳤다. 흥구석유(23.7%), 한국석유(9.9%) 등도 강세를 보였다. 에너지 외에는 통신, 금융, 음식료 등 방어적 성격이 강한 주식에 투자금이 몰렸다.

방어주로 대피하는 투자자

대표적 방어주로 꼽히는 KT&G는 이날 2.3% 올랐다. 지난 3월 17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SK텔레콤(0.71%), KT(1.23%), 삼성화재(0.97%) 등 통신주와 금융주도 강세를 보였다. 오뚜기(2.31%), CJ제일제당(1.43%), 하이트진로(1.63%) 등 음식료도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도 이날 KT&G(순매수액 61억원), 하나금융지주(46억원), KT(38억원) 등 방어주를 매집했다. 기관은 KB금융, 기업은행 등 은행주를 주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증시가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란이 참전할 경우 유가가 추가 급증하면서 하락세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요 기관투자가는 중소형주 대신 실적이 개선되는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중소형주는 신용투자 비중이 높아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우려가 크고, 연말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몰릴 수도 있다. 현행법상 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가 부과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자동차, 기계, 철강 업종에 주목했다. 연말 연초 업황 반등이 기대되는 반도체 업종도 관심을 둬야 할 분야로 여겨졌다. 대신증권은 3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에 주목하라는 의견을 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