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레바논과 시리아에 근거를 둔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앞세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중동 국가와 아프리카, 중국 등이 일제히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란이 개입할 명분도 쌓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역내 모든 당사자의 손이 방아쇠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은 지난 주말 동부 도시 데이르 에조르 주둔지를 떠나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취해온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아랍연맹(AU)은 이날 아프리카연합(AL)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될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작전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도 이슬람의 편에 섰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장관은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통화해 사태를 논의했다. 왕 장관은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에 반대하고 이를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행동은 자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 레바논과의 국경 2㎞ 이내 이스라엘 주민에게는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수가 199명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전 추정치인 155명보다 늘어난 숫자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이번 충돌이 격화돼 북쪽(헤즈볼라와 대치한 레바논 국경)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