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물결부터 폭풍우까지… 선우예권이 그려낸 라흐마니노프의 바다 [클래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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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
뚜렷한 방향성과 강한 추진력 돋보여
유려한 터치…고음과 저음 대비 명료
역동적 입체감, 화성적 색채 두드러져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
뚜렷한 방향성과 강한 추진력 돋보여
유려한 터치…고음과 저음 대비 명료
역동적 입체감, 화성적 색채 두드러져

그런 그가 라흐마니노프 음악으로 주요 레퍼토리를 채운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여는 데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지난 15일 경기 평촌아트홀은 그의 연주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보다 사흘 앞선 무대였다.

드디어 라흐마니노프. 그가 스페인 무곡 ‘라 폴리아’ 선율을 토대로 작곡한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연주됐다. 처연한 음색과 건반을 스치는 듯한 유려한 터치로 작품 특유의 애달픈 감정을 읊어낸 선우예권은 점차 건반을 내려치는 강도와 소리의 밀도를 높여가며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한 색채를 전면에 펼쳐냈다.
그의 손은 시종 예민하게 움직였다. 모든 소절의 셈여림과 음색에 미묘한 차이를 두며 자연스러운 악상의 변화를 이끌면서도 고음과 저음의 대비는 명징하게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키워냈다. 날카로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터치로 맹렬한 악상을 표현하다가도 일순간 힘을 빼고 애처로운 선율을 속삭이며 끝을 맺는 연주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라흐마니노프는 가슴이 끓게 만드는 작곡가입니다. 광활한 대양 위를 저공 비행하는 느낌이랄까, 대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죠.”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이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의 라흐마니노프를 명료하게 들려줬다. 어떤 때는 용암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어떤 때는 바다처럼 깊은 애수로.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