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근거 없이 주민봉사단 꾸려 '주민 동의서 받기' 추진"
유경준 "공기업이 돈봉투로 주민 갈라치기…사업 폐지 검토해야"

문재인 정부의 재개발 정책인 공공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구성 근거가 없는 주민 조직을 만들어 3년간 총 18억원이 넘는 경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서울본부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18곳 중 12곳에 각 구역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봉사단 성격의 '공공재개발 사업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주민봉사단은 법이나 LH 사내 규범에 근거가 없는 임의 조직으로, 공공재개발 사업의 주민 참여도를 제고한다는 목적에서 2021년 당시 LH 서울본부장의 결재로 추진됐다.

유 의원에 따르면 LH는 주민봉사단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고 사무실 임대료·인건비 등 명목으로 매월 수백∼수천만 원의 대여금을 지급하고 사업시행자 지정에 필요한 수준의 주민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2021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년 동안 12개 주민봉사단에 지급된 대여금은 18억4천591만원이다.

주민봉사단별로 최소 1회, 최대 27회에 걸쳐 대여금이 지급됐고, 총지급 규모는 최소 800만원, 최대 3억3천750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대여금이 지급된 상계3구역의 경우 주민 동의서 징구 실적이 LH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주민봉사단에 총 7천300만원 규모의 외부 용역 계약비가 추가 지급되기도 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유 의원은 LH가 투입한 대여금이 향후 재개발 사업비에 포함돼 결국 주민 부담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계약서상 사업시행자 지정 시 대여금은 연 3.5∼4% 이자를 포함해 즉시 사업비로 전환한다는 조항이 있어 주민봉사단 활동을 하지 않은 주민들까지 최대 수억 원에 이르는 대여금 상환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 추진이 실패할 경우 LH의 대여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서상 LH의 귀책 사유로 사업을 시행할 수 없을 땐 지출된 비용은 LH가 부담하게 돼 있다.

유 의원은 "공기업이 수십억 원의 돈 봉투로 멀쩡한 주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재개발 사업이 추진 3년 차를 맞았지만, LH 담당 후보지 18곳 중 4곳 만이 최근에야 사업시행사를 지정했을 뿐, 대부분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공공재개발 사업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文정부 공공재개발에 주민 동원…3년간 경비 18억원 지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