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이것' 바꿔야 세계 시장 뚫는다" [실리콘밸리 줌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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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 대표
‘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 회사 중 한 곳입니다. 투자와 함께 초기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촘촘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조용준 대표는 작년 10월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대표를 플러그앤플레이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과 MBA를 졸업한 조 대표는 델, 삼성전자, 우버 등에서 글로벌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기업 문화에 모두 익숙한 조 대표에게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들을 짚어봤습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작년 10월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 대표에 선임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USC(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주요 경력으로는 델 테크놀로지에서 8년여간 영업 부문에서 일했고, 삼성전자에선 7년간 무선사업부 글로벌파트너십을 담당했습니다. 우버의 한국 영업총괄을 맡아 국내에 156개 도시 론칭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 플러그앤플레이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품고 있던 목표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보다 많은 한국 기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 기업 혁신을 돕고 싶습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자리 잡기 위해선 미국의 기업 문화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3살 때 미국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등 유년시절부터 한국과 미국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함선의 선장으로서, 한국이 보다 높은 곳에 노출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에 있는 기업을 외국에 연결해주면서 해당 기업이 성장과 혁신하는 과정을 보고 싶습니다.
Q. 플러그앤플레이에서 최근 투자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되나요?
A. 총 3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2곳은 한국에 있고, 1곳은 거점을 미국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업정보 전문 데이터분석 업체인 호라이즌테크놀로지와 생활밀착형 보험 플랫폼 ‘토글’을 운영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오픈플랜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 아나 플래시에도 투자를 했습니다.
Q. 한국과 미국의 VC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작년과 비교해보면 매우 신중하게 투자하는 분위기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만큼 VC들의 투자가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투자사들도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워크플로우(미래 매출 예상), 프로덕트 마켓 핏(PMF‧시장 적합성) 등을 꼼꼼하게 분석합니다. 그동안은 아이디어만 좋다면 일단 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면, 이제는 면밀하게 옥석을 가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투자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3가지를 꼽는다면?
A. ①팀원 구성 ②동기(왜 제품 만들었나) ③창업자의 네트워크입니다. 스타트업은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좋은 팀원이 필요하고, 명확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 투자를 주로 하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PMF가 제대로 맞아야 VC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2006년부터 이런 투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31개 유니콘을 배출했습니다. 플러그앤플레이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검토해 결정합니다.
Q. 일반적으로 투자할 때 몇 년 후를 내다보나요?
A. 대다수의 VC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도를 갖고 투자합니다. 못해도 6~8년을 염두에 둡니다. 그리고 엑시트 개념보다 장기적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틀에서 기업의 성장과 국가의 경제발전은 같은 궤적으로 움직입니다.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잘 성장한다면 지속해서 함께 가고자 합니다.
Q.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 CEO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A. 마인드셋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에서 정부 지원받는 피칭 방식은 미국서 통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의 피칭 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특히 스토리텔링에 주목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수월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 단계까지 갈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피칭할 때 ‘서론 본론 결론’ 틀에 박혀 있습니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예고편의 목적이 실제 영화를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겁니다. 스타트업의 피칭도 영화 예고편처럼 흥미로워야 합니다. 글 많고, 경직된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이미지화해서 보여주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Q. ‘동기’가 스토리텔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죠?
A. 맞습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VC들은 동기를 반드시 물어봅니다. ‘왜 이걸 하려고 하느냐’, ‘어떤 이유가 있는가’ 질문합니다. 창업자가 어떤 동기를 갖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단계로 갈수록 발전 속도와 성장의 차이가 있습니다.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설득력이 없으면 듣는 이가 물음표를 떠올립니다. 이럴 때 처음엔 괜찮아 보이는 제품까지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결국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죠.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에선 앞으로 국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보여주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세상에 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죠. 한국은 높은 기술력과 고급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돕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유니콘이 세계 무대를 상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올해 연말까지 목표는 보다 많은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들이 협업을 많이 해야 합니다. A대기업과 B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포드와 포르쉐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키우기도 합니다. 개별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에선 기업들이 힘을 합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도 합니다.
플러그앤플레이 코리아도 내년 상반기에 산업군을 하나 정해서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미 여러 기업과 의논 중입니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스타트업도 수혜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플러그앤플레이의 근본적인 사명이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