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상전 기로에서 美는 확전 우려…양국간 조율 결과 주목
팔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 가능성…균형외교로 '2국가해법' 힘싣기?
[이·팔 전쟁] 바이든 이스라엘 갈까…동맹 지지·확전 방지 줄타기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이 열흘째에 접어든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여부가 전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대의 의미를 담은 방문을 제안했다고 보도했고, 그 중 하레츠는 18일 방문이 예상된다고까지 썼다.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콜로라도 방문 계획을 갑자기 미루고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한 사실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6일 이스라엘을 나흘 만에 재방문한 상황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 가능성과 관련해 함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문제는 미국의 중동 내 '맹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최고 수준의 지지 표명과, 확전 방지라는 두 어젠다 사이에서 '줄타기'를 의미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지원과 확전 방지 사이에서 미묘한 행보를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하마스에 대한 반격에 나설 권리와 의무가 이스라엘에 있다면서 탄약 등 무기 지원에 나섰다.

특히 이례적으로 핵추진 항공모함 2척(제럴드포드호·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을 이스라엘 인근 해역으로 파견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내 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의 참전을 견제했다.

그와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후 20개월째인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 조짐 속에, 미국이 관여하는 또 하나의 전선으로 부상한 이번 무력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전하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대인 지도자 간담회에서 이스라엘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보냈다고 설명하면서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미국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는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란의 개입에 의한 확전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에 의한 확전 가능성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의 국가로 병존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 내지 축출에 만족하지 않고 하마스가 통치해온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등의 '현상 변경'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할 경우,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과 확전 방지 측면에서 나름의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상전 개시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에게 단순히 '그린카드'와 '백지수표'를 내주는 방문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것이다.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가자지구내 미국민을 포함한 민간인들의 인도주의 문제 등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모종의 '레드라인'을 제시하고, 그와 관련해 미측이 수용가능한 조율 결과가 나와야 이스라엘 방문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이스라엘을 찾을 경우,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그것은 '2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 나름의 '균형외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분리 대응하는 기조를 보여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팔레스타인 정파 중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 노선을 견지해온 PA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7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그 계기에 아바스 수반과 회동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1973년 처음 방문한 이후 모두 10차례 이스라엘을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