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더 레드. 사진=농심
농심 신라면 더 레드. 사진=농심
글로벌 증시 부진과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농심 주가가 업황 개선과 호실적 기대감 속 선방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한 달간(9월 15일~10월 16일) 4.05%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해당 기간 5.31% 떨어졌지만, 농심은 오히려 올랐다. 같은 라면주로 묶이는 삼양식품(1.94%)과 오뚜기(2.03%)보다도 오름폭이 컸다.

고금리 장기화, 중동 분쟁 확전 우려 등에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표 경기방어주인 식품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품주는 불경기를 잘 견디는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특히 라면은 가격이 저렴해 경기 불황에도 판매량이 줄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불경기 상품'으로 불린다.

농심은 또 올 상반기 기준 다른 라면 2사(오뚜기·삼양식품)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앞도적으로 높았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6979억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13.8% 늘었고, 영업이익은 11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204.5% 증가했다. 오뚜기 영업이익은 이 기간 21.7%, 삼양식품은 31% 늘었다.
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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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늘면서 농심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상반기 중 농심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한 3162억원, 영업이익은 536% 증가한 3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내수는 파이가 제한됐다는 점에서 식품업종의 실적, 주가 희비는 수출에 따라 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더군다나 원가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업황이 되살아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농심 신라면 더 레드, 먹태깡 등 신제품의 폭발적인 인기에 따른 호실적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불경기에 매운맛 수요가 높단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지난 8월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기존 신라면 맵기의 2배, 농심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가장 매운 라면이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이지만, 농심은 더 레드의 엄청난 인기에 추가 생산을 결정한 데 이어 정식 제품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일 만에 완판됐으며, 이 기간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품절대란을 빚은 먹태깡은 생산량이 출시 초기보다 2배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당시 품귀현상을 빚었던 농심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당시 품귀현상을 빚었던 농심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3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가파른 외형성장을 고려했을 때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확대되면서 주가 상승 여력을 높일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최근 3개월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13곳 가운데 8곳(NH투자·신한투자·삼성·하이투자·DS투자·이베스트투자·SK·현대차증권)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기대치 이상의 외형성장과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농심의 영업실적 관련 눈높이 상향 조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동시에 확대되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주가 상승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국내외 모두 높은 제품 로열티를 기반으로 한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해외 비중 확대에 따라 내수 관련 민감도가 이전 대비 낮아졌다는 점 또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으로, 이에 따른 성장 기반의 주가 우상향 흐름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