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을 덮쳐 약혼녀(왼쪽)를 구한 네타 엡스타인. /사진=CTV News 홈페이지
수류탄을 덮쳐 약혼녀(왼쪽)를 구한 네타 엡스타인. /사진=CTV News 홈페이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때 캐나다의 21세 청년이 수류탄을 자기 몸으로 덮쳐 약혼녀를 구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TV 등에 따르면 주토론토 이스라엘 총영사관은 이날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캐나다인이 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1세인 네타 엡스타인의 사연을 전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고교 졸업 후 불우 청소년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등 심성이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6개월 전에 아이린 샤빗을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이스라엘 국적도 가진 엡스타인은 지난 7일 하마스 공격 당시 이스라엘 남부 공동 경작지인 크파르 아자 키부츠의 자기 아파트에 약혼녀와 함께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안으로 수류탄이 투척되자 자기 몸을 던져 약혼녀를 구했다.

CTV에 따르면 주민 750명이 사는 이 키부츠에는 평소 로켓 공격 정도는 일상사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 개시된 공격이 이스라엘 전국에서 벌어진 줄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의 모친 아일릿 샤샤르-엡스타인도 아들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아들의 첫 메시지는 "아랍어로 고함이 들려요. 엄청 소란스럽고요. 총을 쏘고 있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그들이 여기 왔어요, 엄마"라는 문자가 왔다. 모친이 친척들과 함께 키부츠 내 안전 가옥에서 피신하면서 문자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하마스 공격대는 이미 그의 아들 아파트를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곧 모친은 아들의 약혼녀 샤빗에게서 "공격대가 아파트로 쳐들어와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다 곧 "네타가 군대에서 훈련받은 것처럼 수류탄 위로 점프했다"며 아들이 몸을 던졌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모친은 CTV에 "내 아들은 드넓은 가슴을 갖고 있었다"며 "외모가 아름다웠지만 속마음도 그런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타는 내게 첫 아이이자 우리 집안의 첫 손자"라며 "우리에게 엄청난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었다"며 상실감을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