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발언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드러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사례가 특정 종목 주가에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주식 매매 방식이다. 한국에선 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이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를 카카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대해 "인과관계를 규정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길게는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총 110개 종목에 대해 합산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법 행위가 발각된 두 IB 중 BNP파리바는 카카오 등에 대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약 47% 밀렸다.

금감원은 당초 글로벌 IB의 공매도가 카카오 주가 하락으로 직결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원장은 "공매도가 카카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아닌 것인가"라는 백 정무위원장의 재차 질문에 “카카오 주가가 내린 이유는 기업공개(IPO) 이후 시장 변화, 내부 임직원들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주식 처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보니 공매도와 주가하락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긴 어렵다”고 했다.

두 IB는 수수료 수익을 위해 불법 행위를 벌였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불법 공매도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얼마로 집계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 원장은 “정확한 액수까지는 파악을 하지 못했고, 현재도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전체적인 검사 내용이 정리된 뒤 밝히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들 IB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번 단속 사례는 형사처벌도 가능한 건”이라며 “외국에 있는 관련자들을 끌어와서라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금도 진행 중인 불법 공매도 조사건이 있다"며 "다만 많은 정보와 자료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마치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가듯 조사하는 형식의 작업이다보니 이번 적발건과 비슷한 사례를 또 적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주가 변동성이 큰 시점에 (불법 공매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가로 사안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