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매도 제도에 대해 "좀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해선 "올해와 내년 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증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락한 2020년 3월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당국 안팎에서 공매도 재개 논의가 나왔으나 구체적인 방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복현 "공매도 제도 신뢰 크게 손상...개선 필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매도 전면 재개는 종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경제금융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동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공매도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수차례 답변했다. 그는 “(공매도 관련 조치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저의 강한 개인적인 신념”이라며 “이대로 넘어가서는 공매도를 더 풀 수도 없고, (공매도를) 더 거둘 수도 없는 병목에 갇힌 형태라 좀더 열린 마음으로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은 외국인, 국내 기관, 개인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현 공매도 제도는) 너무 크게 신뢰가 손상된 지점”이라며 “좀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법 공매도는 시장을 교란하는 만큼 단순히 개별 건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로베이스(시작점)'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공매도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정도로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당국이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 자체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지나치게 제약하거나 선진국과 다르게 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엔 국내 주식 시장이 기관 등의 불공정한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과 문제의식이 일부 현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불공정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 때에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전산화·상환기간 제한 등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일관

그러나 이날 이 원장은 그간 시장에서 꾸준히 요청이 제기된 공매도 제도 개선 조치에 대해선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매도 전산화 필요성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우리 거래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 (공매도) 주문을 넣는 외국계 IB 등 고객들의 주식 대차 현황에 대해 파악을 한 뒤에 주문을 실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것이 어떻게 전산화 형태로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 내부에서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관·외국인의 상환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국내외 과거 입법례가 다양해 우리나라의 실정에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외국인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도입하려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일도양단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 제도에 대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금감원 내부에서 (공매도 관련해) 다양한 내용을 검토했다"면서도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정부에서 내리고, 이에 앞서 1차 결정은 금융위에서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