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제, 구조적 병폐 쌓여…에너지·노동 정책·규제 다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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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경제
인터뷰 - 슈뢰더 前 독일 총리
'2030년 이후 탈원전' 계획했지만
시기 당겨져…에너지 공급 차질
디지털 인프라·교육 투자도 소홀
'제2의 하르츠 개혁' 추진 시급
인터뷰 - 슈뢰더 前 독일 총리
'2030년 이후 탈원전' 계획했지만
시기 당겨져…에너지 공급 차질
디지털 인프라·교육 투자도 소홀
'제2의 하르츠 개혁' 추진 시급
독일에 처음 ‘유럽의 병자’ 딱지가 붙은 건 1998년이었다. 막대한 통일 비용과 과도한 복지 정책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정확히 10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독일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나며 ‘경제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 같은 저력의 배경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재임 시절 단행한 ‘하르츠 개혁’이 있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실업수당 축소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노동 개혁 덕분에 독일은 실업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제 부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지난 4일 독일 니더작센주 하노버의 집무실에서 만난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경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누적된 구조적 병폐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르츠 개혁에 준하는 정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독일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에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던 때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독일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독일의 강점이기도, 약점이기도 합니다. 약점이 될 때란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제가 휘청거릴 때 독일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독일 수출의 3분의 1이 흘러 들어가는 유럽연합(EU)과 그 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모두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경기 흐름에 따른 문제일 것입니다.”
▷구조적 문제란 무엇일까요.
“독일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 차례 노동 개혁에 나섰고, 제 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를 잘 이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문제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시리아나 아프리카 등 유럽 외 국가들로부터 많은 이민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한 ‘노동력’으로서 노동시장에 통합되기 위해선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제한 요소가 많습니다.”
▷독일 사회는 주요국 대비 경직적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시스템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은 곧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두 개의 층위에서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방위비 명목으로 1000억유로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인데, 시급한 문제는 안보가 아닙니다. 이에 더해 뿌리 깊은 관료주의 해소도 필요합니다.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 문제도 중요합니다. 주요국 대비 에너지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점은 가장 큰 경쟁력 저해 요소입니다.”
▷에너지 문제를 언급했는데, 올라프 숄츠 행정부에서 완성된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재임 시절 구상한 탈원전 계획은 실제 이행된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 행정부에선 원자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적절한 가격의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간단하게 나온 계산이 아닙니다. 제조업 국가로서 산업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언제가 가장 적절할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데 후임 정부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앞당겨버렸습니다.”
▷독일은 에너지 문제에선 러시아에, 수출에선 중국에 과도하게 기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은 상호적인 것입니다. 독일은 내수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내다 팔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독일이 필요로 하는 시장이고, 독일에 개방돼 있길 바랍니다.” 슈뢰더 前 총리는 누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1944년 독일 니더작센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 후 인문계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철물점 점원으로 일했다. 이후 야간학교에 다니며 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다. 괴팅겐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1976년 하노버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젊은 시절부터 사회민주당원이었던 그는 1980년 연방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니더작센주 주의회 사민당 원내총무와 주 총리를 거친 뒤 1998년 사민당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같은 해 총선에서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꼽히는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누르고 총리에 선출됐다.
그는 중도좌파 성향인 사민당 출신이지만 2000년대 초반 사회복지·경제구조 개편을 위해 ‘아젠다 2010’의 일환으로 독일식 노동개혁인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사민당의 핵심 지지층인 노조원과 연금 수령자를 거스르는 정책이었다. 당시 사민당원들은 “슈뢰더는 명예 기독교민주당원”이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하르츠 개혁의 여파로 슈뢰더 전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패해 세 번째 집권에 실패했다. 다만 슈뢰더의 개혁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아젠다 2010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게 해준 전임 슈뢰더 총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 前 총리 약력
△1944년 출생
△1971년 괴팅겐대 법학과 졸업
△1978년 전국청년사민당 의장
△1986년 니더작센주 주의회 사민당 원내총무
△1990년 니더작센주 총리
△1998~2005년 독일 총리
하노버=장서우/허세민/오현우 기자 suwu@hankyung.com
지난 4일 독일 니더작센주 하노버의 집무실에서 만난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경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누적된 구조적 병폐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르츠 개혁에 준하는 정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독일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에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던 때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독일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독일의 강점이기도, 약점이기도 합니다. 약점이 될 때란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제가 휘청거릴 때 독일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독일 수출의 3분의 1이 흘러 들어가는 유럽연합(EU)과 그 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모두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경기 흐름에 따른 문제일 것입니다.”
▷구조적 문제란 무엇일까요.
“독일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 차례 노동 개혁에 나섰고, 제 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를 잘 이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문제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시리아나 아프리카 등 유럽 외 국가들로부터 많은 이민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한 ‘노동력’으로서 노동시장에 통합되기 위해선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제한 요소가 많습니다.”
▷독일 사회는 주요국 대비 경직적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시스템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은 곧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두 개의 층위에서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방위비 명목으로 1000억유로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인데, 시급한 문제는 안보가 아닙니다. 이에 더해 뿌리 깊은 관료주의 해소도 필요합니다.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 문제도 중요합니다. 주요국 대비 에너지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점은 가장 큰 경쟁력 저해 요소입니다.”
▷에너지 문제를 언급했는데, 올라프 숄츠 행정부에서 완성된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재임 시절 구상한 탈원전 계획은 실제 이행된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 행정부에선 원자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적절한 가격의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간단하게 나온 계산이 아닙니다. 제조업 국가로서 산업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언제가 가장 적절할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데 후임 정부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앞당겨버렸습니다.”
▷독일은 에너지 문제에선 러시아에, 수출에선 중국에 과도하게 기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은 상호적인 것입니다. 독일은 내수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내다 팔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독일이 필요로 하는 시장이고, 독일에 개방돼 있길 바랍니다.”
슈뢰더 前 총리는 누구…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 혁신 이끌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1944년 독일 니더작센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 후 인문계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철물점 점원으로 일했다. 이후 야간학교에 다니며 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다. 괴팅겐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1976년 하노버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젊은 시절부터 사회민주당원이었던 그는 1980년 연방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니더작센주 주의회 사민당 원내총무와 주 총리를 거친 뒤 1998년 사민당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같은 해 총선에서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꼽히는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누르고 총리에 선출됐다.
그는 중도좌파 성향인 사민당 출신이지만 2000년대 초반 사회복지·경제구조 개편을 위해 ‘아젠다 2010’의 일환으로 독일식 노동개혁인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사민당의 핵심 지지층인 노조원과 연금 수령자를 거스르는 정책이었다. 당시 사민당원들은 “슈뢰더는 명예 기독교민주당원”이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하르츠 개혁의 여파로 슈뢰더 전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패해 세 번째 집권에 실패했다. 다만 슈뢰더의 개혁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아젠다 2010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게 해준 전임 슈뢰더 총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 前 총리 약력
△1944년 출생
△1971년 괴팅겐대 법학과 졸업
△1978년 전국청년사민당 의장
△1986년 니더작센주 주의회 사민당 원내총무
△1990년 니더작센주 총리
△1998~2005년 독일 총리
하노버=장서우/허세민/오현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