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사진=EPA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사진=EPA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1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각각 유지했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0%와 2.1%로 제시했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이후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는 피치 등급 중 위에서 네 번째로 높다.

한국과 함께 영국,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체코,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이 AA-다. 피치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성과 부진한 거버넌스 지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들이 있지만, 대외 건전성과 거시경제 성과가 견고하고 수출 부문이 역동적인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기존대로 유지했지만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0%로, 지난 3월 한국 대상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제시한 전망치(1.2%)에서 0.2%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와는 동일한 수치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예상한 성장률은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1%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전망치(2.7%) 대비 0.6%포인트 낮췄다. 이 역시 지난달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와는 동일한 수치다. 특히 피치는 한국의 각종 재정지표가 최근 5년간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한국의 수출은 올 3분기에 바닥을 찍었지만 내년부터 중국과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출 회복세는 완만한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내년 경제 성장률은 올해 1.0%에서 2.1%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피치는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피치는 “한국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운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특히 재정 건전화를 통해 국가채무 비율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낮추면 향후 등급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등급 하향 요인으로는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에 따른 경제 부문 전반의 위험 확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