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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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으로 흔들린 석유 시장에는 또 다른 두 개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유가 상승 방향에 이란의 개입 여부라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면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라는 카드는 유가를 하락시키는 쪽에 자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 날인 16일 베네수엘라가 곧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브렌트유가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란의 생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부각되면서 하락폭이 축소됐다.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의 생산 모두 불확실성이 가득한 영역이다.

베네수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석유 산업의 생산과 투자가 억제된 상태이다. 현재 이 나라는 하루에 약 40만 배럴 정도만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 날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내년에 국제적으로 모니터링을 받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과 관련된 제한을 완화하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곧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와 석유 생산의 회복으로 받아들여졌다.

협상이 성사되도 베네수엘라가 생산량을 늘리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그럼에도 석유 거래자들은 이를 미래의 석유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현재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 약 1억배럴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확대되고 이란이 개입하면 이란의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때문에 수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 등 생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란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큰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하루 3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하루에 거의 1,300만 배럴을 생산한다.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각각 하루 약 900만 배럴을 생산한다.

최근 석유 시장은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의도적인 공급 감축에 나서면서 인위적으로 높은 유가가 유지되고 있다.

OPEC 회원국 클럽은 하루에 약 3,0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약화에 대한 우려,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인 탄소 중립화 목표로 석유 수요가 궁극적으로는 둔화 추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거의 2년간의 금리 상승과 중국의 경제회복 부진으로 유가는 산유국의 생산 감축 이전까지는 하락추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17일 오전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 날보다 0.1% 오른 86.6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표준인 브렌트유는 89.66달러로 전날과 동일하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