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독일경제②-‘전기차 쇼크’에 휘청이는 자동차 강국
완성차 부진, 비싼 에너지 가격…독일 車 부품산업도 '동반 위기' [위기의 독일경제②]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의 핵심 경쟁력인 독일 자동차 부품 산업도 더딘 전기차 전환과 완성차 생산 부진, 비싼 에너지 가격으로 동반 위기를 겪고 있다.

독일 컨설팅업체 베릴스가 선정한 2022년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의 과거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을 보면 독일 업체들은 5.8%로 업계 평균 6.8%를 밑돌았다. 중국 부품사의 평균 이익률(7.8%)과도 격차가 컸다.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 비용이 커진 탓이다. 베릴스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부품업체 생산 원가는 1년 새 32.9% 뛰었다. 에너지 가격이 1년 만에 86.2% 치솟은 결과다.

독일 자동차 부품사들의 매출 점유율도 하락세다. 100대 부품업체를 국가별로 나눠보면 중국 기업의 매출 점유율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독일 기업은 23%에서 21%로 떨어졌다. 절대적인 매출 규모는 독일이 여전히 크지만 미래 성장성은 중국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베릴스의 알렉산더 티머 분석가는 “전동화 및 디지털화에 따라 중국 업체 매출과 수익성 제고에 유리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경쟁력에 따라 독일 부품사들의 명운도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부품과 첨단 전장 분야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보쉬와 콘티넨탈, ZF는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면서 목표 마진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5%를 기록했던 콘티넨탈은 올해 목표 이익률을 5.5~6.5%로 잡았다.

이들 업체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쉬는 중국 MG와 장안자동차 등에, 콘티넨탈과 ZF는 각각 리프모터와 니오 등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테판 폰 슈크만 ZF 이사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개발 속도가 빠르고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내연기관 시대 주요 고객이던 독일차 업체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언급했다. 반면 말레, 에버스패커 등 내연기관차 부품 비중이 높은 독일 업체들은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