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가격 오르나…코코아 선물 사상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코코아 가격 t당 3155파운드 돌파
코코아 생산 차질에 투기세력 몰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에서 공급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모여들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3월물 가격은 t당 3155파운드를 돌파했다. 이는 1920년 코코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이날 코코아 선물 가격은 1% 오른 t당 31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코코가 선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뉴욕 ICE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은 1.2% 오른 t당 3635달러에 마감했다.

코코아 트레이더들은 서아프리카 항구에서 출발하는 코코아 선적이 거듭 늦어져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글로벌 코코아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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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지역 조사연구 서비스(TRS)의 글로벌 책임자인 스티브 워터리지는 "코코아 가격이 높아졌지만, 수요가 줄고 있다는 징후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코아 공급 경색으로 투기 세력이 모여들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 곡물 브로커는 로이터통신에 "코코아 선물의 펀더멘털이 좋고, 기술적 매도 시점이 결합하면서 런던과 뉴욕 시장에서 코코아 선물을 매수하는 자금이 늘고 있다"며 "투기적인 매수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두 번째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는 비료 및 살충제가 부족한데다 검은무늬병이 확산하면서 코코아 생산량이 줄었다. 가나의 지난 시즌 코코아 수확량은 65만톤으로, 당초 예상치인 85만 톤보다 24%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3년 만에 최저치다. 이 병충해가 확산하면 2023/24 시즌에도 코코아 생산량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코코아 수출국인 코트디부아르는 코코아 가지팽창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TRS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작물의 약 2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코트디부아르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11만4355톤의 코코아를 선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7.7% 늘어난 수치로 다소 공급이 회복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12월물 가격. 사진=ICE 선물거래소
미국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12월물 가격. 사진=ICE 선물거래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두 국가는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아울러 엘리뇨 현상 등 기상이변은 코코아 수확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악천후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어 가격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코코아 선물 가격이 오르면 초콜릿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식품 원자재 가격 정보업체인 민텍에 따르면 초콜릿 바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의 대부분은 코코아 버터다. 코코아 버터 가격은 1~6월 20% 가량 상승했다.

S&P글로벌 원자재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세르게이 체트베르타코프는 "소비자들은 초콜릿 가격이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초콜릿 생산자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에너지 비용 급증 등으로 계속 압박받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