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지난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텔아비브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로이터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지난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텔아비브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로이터
전세계 스타트업들이 투자 가뭄을 겪는 와중에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기술기업들도 지난해까지의 주가 약세를 뒤집고 시가총액을 3000조원 넘게 늘렸다.

닷컴 열풍처럼VC 블랙홀 된 AI 스타트업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3분기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액은 179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전체 스타트업 자금 조달액은 7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벤처투자 업계 전반에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AI 스타트업은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지원을 받았고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통해 1억75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추가로 조달했다. 오픈AI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아마존으로부터 40억달러 투자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로이터
유럽에서도 AI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허깅페이스(2억3500만달러), 풀사이드(1억2600만달러), 미스트랄AI(1억1300만달러) 등 프랑스 신생 업체들이 AI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벤처캐피탈 회사인 엑셀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신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중 80%가 생성형 AI 스타트업이었으며 유럽과 이스라엘은 그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러한 AI 열풍을 두고 90년대 인터넷 확산 시기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라빈 아키라주 인사이트파트너스 관리책임자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널리 사용되면서 인터넷이 보급된 것처럼 챗GPT 등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면서 AI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벤처투자자는 AI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고 있다. 2021년 '전사적 소프트웨어(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열풍은 반면교사의 사례로 거론된다. 전사적 소프트웨어는 재무, 인사관리, 제조, 공급망 등 여러 부문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다. 당시 유아이패스, 스노우플레이크 등 대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현재 유아이패스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77%, 스노우플레이크는 33% 하락했다.

나스닥, 18개월만에 전고점 80% 회복

/로이터
/로이터
대형 기술기업들도 AI 열풍에 올라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엑셀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형 기술기업 시가총액은 2조4000억달러(약 3200조원) 증가했다. 2021년 팬데믹 거품이 꺼진 이후 지난해까지 기술주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클라우드 및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만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가 증발했다.

올해는 달랐다. 나스닥 지수는 올 초부터 급등하며 18개월만에 전고점의 80%를 회복했다. 이는 1990년 닷컴버블 당시보다 더 빠른 반등세라고 액셀은 평가했다. 대형 기술기업 주가는 지난해 대비 평균 36% 올랐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필립 보테리 엑셀 파트너는 "생성형 AI는 소프트웨어를 재정의하고 있는 기술"이라며 "스타트업이든 신생 기업이든 기존 기업이든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제너레이티브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