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슨 더클라이밋 그룹 대표 “재생에너지 확대, 지자체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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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헬렌 클라크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는 한국이야말로 RE100 질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충분한 지리적 여건이 되며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의 RE100 동참을 독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경ESG] ESG Now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RE100(재생에너지 100%)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이 발달한 동시에 제품 대부분을 수출하기 때문이죠. RE100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국은 세계경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6일 서울 흥인동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헬렌 클라크슨 더클라이밋 그룹 대표의 진단이다. RE100이 한국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적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영국 민간단체 더클라이밋 그룹은 세계무역 질서를 뒤바꾸고 있는 RE100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이 캠페인에는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동참했다.
참여는 기업의 자유지만 수출 기업에는 가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하자 해외 고객사들이 한국 기업에도 RE100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SK그룹,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35개 기업이 가입했다.
해상풍력, 행정기관 허가 ‘걸림돌’
클라크슨 대표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한국도 충분히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이 가능하다”며 “한국은 해상풍력만으로 연 624GW를 생산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부유식 풍력발전이 상업적 수준에서도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문제는 규제”라며 “해상풍력 개발에 대한 통합 개발법이 없기 때문에 개발 허가를 받으려면 한국에서도 29개의 다른 법률에 따라 행정기관 10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태양광발전도 마찬가지다. 클라크슨 대표는 “태양광 패널은 옥상, 저수지, 농경지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며 “프랑스는 80대 이상 자동차가 들어가는 주차장이라면 무조건 태양광 패널로 지붕을 덮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는 이런 장려책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어렵게 하는 규제가 심각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국 지방자치단체 57%에는 주거지와 도로에서 가깝게는 100m에서 멀게는 1㎞ 이상 떨어진 곳에서부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도록 하는 이격거리 규제가 있다. 이 규제를 주거지는 100m 수준으로 완화하고, 도로는 거리 규제를 없앨 경우 한국의 태양광발전량은 300TWh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2030년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총발전량인 622TWh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클라이밋 그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자체 모임인 ‘언더 2 연합’을 꾸린 이유다. 전 세계 260여 개 중앙·지방정부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지자체는 규제를 만들고 없애거나 세금을 높이는 권한을 지닌 동시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자세히 안다”며 “지역에서 실질적 탄소중립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처럼 지자체 앞서야”
국내 지자체 중에는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언더 2에 가입했다. 경기도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로 올릴 계획이다. 유휴 부지를 개발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산업단지 입지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재생에너지를 설치한 산단에 혜택을 줄 방침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언더 2 연합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장에 선출됐다. 북미·유럽·남미·아프리카 지역 의장들과 함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충남은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로, 전국 58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29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되, 발전소 폐쇄 이후에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해상풍력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계획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이끈 가장 성공적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꼽았다.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휘발유 등 내연기관 기반의 신차 판매를 금지했다. 그는 “지자체가 기업에 확실한 시그널을 준 셈”이라며 “기업도 비효율적으로 두 종류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지 않은데, 전기차로 넘어갈 확실한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RE100이 실제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는 반박했다. RE100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기업 중에도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썼더라도 외부 검증을 받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클라크슨 대표는 “우리는 RE100에 가입한 회원에게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항상 재생에너지 사용량 등을 설명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론 아직은 모든 지역의 가입 기업들이 이런 요구에 완벽하게 응하지는 못한다”며 “그럼에도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가입 기업은 2021년 기준 사용한 에너지 중 49%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전력구매계약(PPA) 같은 추가적 재생에너지 자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PA는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 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전기가 필요한 기업이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RE100은 가입사로 하여금 PPA를 활용하도록 요구한다”며 “그 결과 회원사들이 소비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35%는 PPA로 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한국경제 기자 rambutan@hankyung.com
지난 10월 6일 서울 흥인동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헬렌 클라크슨 더클라이밋 그룹 대표의 진단이다. RE100이 한국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적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영국 민간단체 더클라이밋 그룹은 세계무역 질서를 뒤바꾸고 있는 RE100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이 캠페인에는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동참했다.
참여는 기업의 자유지만 수출 기업에는 가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하자 해외 고객사들이 한국 기업에도 RE100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SK그룹,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35개 기업이 가입했다.
해상풍력, 행정기관 허가 ‘걸림돌’
클라크슨 대표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한국도 충분히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이 가능하다”며 “한국은 해상풍력만으로 연 624GW를 생산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부유식 풍력발전이 상업적 수준에서도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문제는 규제”라며 “해상풍력 개발에 대한 통합 개발법이 없기 때문에 개발 허가를 받으려면 한국에서도 29개의 다른 법률에 따라 행정기관 10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태양광발전도 마찬가지다. 클라크슨 대표는 “태양광 패널은 옥상, 저수지, 농경지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며 “프랑스는 80대 이상 자동차가 들어가는 주차장이라면 무조건 태양광 패널로 지붕을 덮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는 이런 장려책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어렵게 하는 규제가 심각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국 지방자치단체 57%에는 주거지와 도로에서 가깝게는 100m에서 멀게는 1㎞ 이상 떨어진 곳에서부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도록 하는 이격거리 규제가 있다. 이 규제를 주거지는 100m 수준으로 완화하고, 도로는 거리 규제를 없앨 경우 한국의 태양광발전량은 300TWh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2030년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총발전량인 622TWh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클라이밋 그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자체 모임인 ‘언더 2 연합’을 꾸린 이유다. 전 세계 260여 개 중앙·지방정부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지자체는 규제를 만들고 없애거나 세금을 높이는 권한을 지닌 동시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자세히 안다”며 “지역에서 실질적 탄소중립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처럼 지자체 앞서야”
국내 지자체 중에는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언더 2에 가입했다. 경기도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로 올릴 계획이다. 유휴 부지를 개발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산업단지 입지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재생에너지를 설치한 산단에 혜택을 줄 방침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언더 2 연합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장에 선출됐다. 북미·유럽·남미·아프리카 지역 의장들과 함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충남은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로, 전국 58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29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되, 발전소 폐쇄 이후에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해상풍력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계획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이끈 가장 성공적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꼽았다.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휘발유 등 내연기관 기반의 신차 판매를 금지했다. 그는 “지자체가 기업에 확실한 시그널을 준 셈”이라며 “기업도 비효율적으로 두 종류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지 않은데, 전기차로 넘어갈 확실한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RE100이 실제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는 반박했다. RE100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기업 중에도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썼더라도 외부 검증을 받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클라크슨 대표는 “우리는 RE100에 가입한 회원에게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항상 재생에너지 사용량 등을 설명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론 아직은 모든 지역의 가입 기업들이 이런 요구에 완벽하게 응하지는 못한다”며 “그럼에도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가입 기업은 2021년 기준 사용한 에너지 중 49%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전력구매계약(PPA) 같은 추가적 재생에너지 자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PA는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 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전기가 필요한 기업이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RE100은 가입사로 하여금 PPA를 활용하도록 요구한다”며 “그 결과 회원사들이 소비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35%는 PPA로 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한국경제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