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병원 때린 '전쟁범죄'…국제법 허점·국제사회 무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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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바이든 "전쟁도 법이 있다" 외쳤지만 끝내 참변
전문가들 '전쟁범죄' 무게…"전쟁 뒤 더 바ㅑ빠진 병원 때렸다"
시리아·우크라 이어 재발…전범처벌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중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격 참사는 누구의 소행이든 뚜렷한 전쟁범죄 정황으로, 국제법의 허점과 국제사회의 무능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보건당국은 17일(현지시간)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이스라엘과의 교전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여성, 어린이, 피란민 등이 대거 포함됐다.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그동안 전쟁에서 병원 폭격 사례는 수백 차례 발생했지만, 이번만큼 대규모 인명피해가 단번에 난 적은 없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배후나 경위를 불문하고 폭격이 있었다면 이번 사태가 명백한 전쟁범죄 정황이라는 데 국제사회에 이견은 없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은 전쟁에서 전투력을 잃은 군인까지 포함해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지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제네바협약 비준국으로서 이 규정에 구속된다.
제네바협약과 로마규정을 비롯해 이른바 '전쟁법'으로 불리는 국제인도법 체계는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군사적 위협 때문에 병원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이는 전투원을 숨기거나 진지 역할을 하는 등 용도가 바뀐 특수한 경우에 국한된다.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거나 이들의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국제인도법 해석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병원을 노린 경우 ▲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경우 ▲ 확인된 군사적 위협보다 대응이 과도한 경우 ▲ 임박한 공격에 대한 사전 경고가 없는 경우는 심각한 법 위반으로 전쟁범죄 혐의의 구성요건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병원 폭격을 추적해온 미국 싱크탱크 애슬랜틱 카운슬의 엘리스 베이커 연구원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이 전쟁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베이커 연구원은 "알아흘리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현재 공신력 있는 보도를 보면 그 병원은 금방 식별할 수 있는 곳에 잘 지어져 있었고 봉쇄 속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곳으로 알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뒤 가자지구로 가는 물, 연료, 의약품 등 제반 물자를 차단하고 공습을 강화했다.
알아흘리 병원은 사상자 수천 명이 발생한 가운데 가자지구 내에서 인명 구호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로 전해진다.
베이커 연구원은 "알아흘리 병원을 파괴하고 그 안에 있던 수백명을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사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번 참변을 두고 국제법의 실효성에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다시 쏟아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법이 있다"고 지난주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면서도 '전쟁법'(무력충돌과 관련한 국제인도법)을 지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이어 다시 의료시설이 폭격을 받는 사태가 버젓이 일어났다.
그 배경에는 전쟁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법을 집행하는 주체는 일차적으로 개별국가인데 자국 범죄 혐의에 관대하거나 강대국의 경우 사실 자체를 묵살하는 경향이 있다. 심각한 위반 혐의에 특정 국가가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 상설 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개입한다.
ICC는 2002년 설립돼 제노사이드(소수집단 말살 정책),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혐의를 수사, 기소, 처벌한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도 비회원국이다.
강대국이 자신들의 치부나 자국인 처벌을 우려해 ICC가 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수사를 위한 자원도 부족해 유명무실하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까지 ICC의 21년 상설재판소 역사에서 유죄판결은 10건에 불과했다.
올해 예산은 1억6천965만유로(약 2천400억원)이다.
ICC는 2021년에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전쟁범죄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데 거의 모든 인력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유엔도 부속 기구를 통해 전쟁범죄를 조사할 역량이 있기는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최종 결정을 좌우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들의 진영 다툼 속에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지 오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전쟁범죄' 무게…"전쟁 뒤 더 바ㅑ빠진 병원 때렸다"
시리아·우크라 이어 재발…전범처벌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중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격 참사는 누구의 소행이든 뚜렷한 전쟁범죄 정황으로, 국제법의 허점과 국제사회의 무능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보건당국은 17일(현지시간)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이스라엘과의 교전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여성, 어린이, 피란민 등이 대거 포함됐다.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그동안 전쟁에서 병원 폭격 사례는 수백 차례 발생했지만, 이번만큼 대규모 인명피해가 단번에 난 적은 없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배후나 경위를 불문하고 폭격이 있었다면 이번 사태가 명백한 전쟁범죄 정황이라는 데 국제사회에 이견은 없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은 전쟁에서 전투력을 잃은 군인까지 포함해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지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제네바협약 비준국으로서 이 규정에 구속된다.
제네바협약과 로마규정을 비롯해 이른바 '전쟁법'으로 불리는 국제인도법 체계는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군사적 위협 때문에 병원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이는 전투원을 숨기거나 진지 역할을 하는 등 용도가 바뀐 특수한 경우에 국한된다.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거나 이들의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국제인도법 해석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병원을 노린 경우 ▲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경우 ▲ 확인된 군사적 위협보다 대응이 과도한 경우 ▲ 임박한 공격에 대한 사전 경고가 없는 경우는 심각한 법 위반으로 전쟁범죄 혐의의 구성요건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병원 폭격을 추적해온 미국 싱크탱크 애슬랜틱 카운슬의 엘리스 베이커 연구원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이 전쟁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베이커 연구원은 "알아흘리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현재 공신력 있는 보도를 보면 그 병원은 금방 식별할 수 있는 곳에 잘 지어져 있었고 봉쇄 속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곳으로 알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뒤 가자지구로 가는 물, 연료, 의약품 등 제반 물자를 차단하고 공습을 강화했다.
알아흘리 병원은 사상자 수천 명이 발생한 가운데 가자지구 내에서 인명 구호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로 전해진다.
베이커 연구원은 "알아흘리 병원을 파괴하고 그 안에 있던 수백명을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사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번 참변을 두고 국제법의 실효성에 실망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다시 쏟아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법이 있다"고 지난주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면서도 '전쟁법'(무력충돌과 관련한 국제인도법)을 지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이어 다시 의료시설이 폭격을 받는 사태가 버젓이 일어났다.
그 배경에는 전쟁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법을 집행하는 주체는 일차적으로 개별국가인데 자국 범죄 혐의에 관대하거나 강대국의 경우 사실 자체를 묵살하는 경향이 있다. 심각한 위반 혐의에 특정 국가가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 상설 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개입한다.
ICC는 2002년 설립돼 제노사이드(소수집단 말살 정책),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혐의를 수사, 기소, 처벌한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도 비회원국이다.
강대국이 자신들의 치부나 자국인 처벌을 우려해 ICC가 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수사를 위한 자원도 부족해 유명무실하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까지 ICC의 21년 상설재판소 역사에서 유죄판결은 10건에 불과했다.
올해 예산은 1억6천965만유로(약 2천400억원)이다.
ICC는 2021년에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전쟁범죄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데 거의 모든 인력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유엔도 부속 기구를 통해 전쟁범죄를 조사할 역량이 있기는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최종 결정을 좌우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들의 진영 다툼 속에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지 오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