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줄지어 문을 연 화장품 매장.  /사진=뉴스1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줄지어 문을 연 화장품 매장. /사진=뉴스1
"하...마이너스(-) 80% 넘었습니다.", "지금 -65%. 30만원 되도 -74%. 버린 주식이라 생각해야겠어요.", "곧 앞자리 3자 보겠군요." (포털 종목토론방)

한때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였던 LG생활건강 주가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12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40만원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설상가상 주가가 반전을 이루긴 어렵단 암울한 전망만 쏟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계속해서 LG생활건강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생활건강은 4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40만350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연초 이후 전날까진 44% 하락했다. 11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6조4000억 수준으로 줄어 이 기간 약 5조원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은 2017년부터 작년 2월 23일(장중 고가 101만3000원)까지 약 5년간 황제주 타이틀을 유지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주가는 178만원대(7월 1일)까지 치솟았다. 고점 이후 중국 내 화장품 점유율과 면세 중심의 화장품 성장률 둔화 등 영향에 주가는 미끄럼틀을 탔다. 현재 주가는 2011년 4~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황제주의 몰락이다.

올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 화장품 등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LG생활건강은 유독 그 수혜를 받지 못했다. 높은 중국 의존도를 개선하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중국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약화한 점도 주가에 배로 부담이 됐다.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가 한국, 미국, 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을 허용했지만, 이 역시 주가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올해 상반기엔 이보다 더 줄어 작년 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22.5% 감소했다. 회사는 올 초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취임 후 판매가 부진한 로드숍 가맹점을 정리하는 한편, 중소형 브랜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6월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하지만 당장 3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증권가(KB·메리츠·삼성·한화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는 단기간 내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이 내놓은 3분기 실적 전망치(평균)는 매출 1조8547억원, 영업이익 1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0.83%, 17.57% 감소한 추정치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 등 당분간 투자 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법인과 면세 채널 매출의 2024년 회복 여부, 브랜드 리뉴얼 성과 등이 확인될 때까지 주가는 관망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장 오르지 못했으나, 가장 오를 이유가 없다"며 "단기간 내 상승 반전은 어렵다는 판단,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