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호 맞은 문학동네시인선..."詩란 세상을 아주 느리게 다시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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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책 리뷰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강정 등 지음
문학동네
226쪽│1만2000원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최승호 등 지음
문학동네
260쪽│3000원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강정 등 지음
문학동네
226쪽│1만2000원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최승호 등 지음
문학동네
260쪽│3000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감각적 제목과 간명한 표지로 독자들에게 시의 매력을 알려온 '문학동네시인선'이 200호를 맞았다.
문학동네시인선은 2011년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 시인의 시를 선보이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첫 시집을 출간한 창비 시인선,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문학동네시인선의 차별점은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199호를 통해 첫 시집을 낸 시인은 박준, 이은규, 신철규, 이원하, 이현호, 최현우, 김희준, 고명재 시인 등 45명으로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출간 10년째인 올해 초 60쇄, 20만부를 찍는 기록적인 사랑을 받았다.
대담한 표지 디자인도 문학동네시인선 고유의 색깔이 됐다. 표지에는 오직 문학동네시인선 차례, 시집 제목과 시인 이름만 적었다. 시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을 바탕으로 삼았다. 초반에는 세로가 아니라 가로 형태로 된 특별판을 함께 출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200번째 시집의 제목은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이른바 ‘티저시집’이다. 올해 등단한 신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낸 시인, 등단 40년이 넘는 중진 시인 등이 앞으로 문학동네시인선에서 선보일 신작 시를 한 권에 모았다.
신작시 외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과 그에 대한 시인들의 답변도 담았다. 시란 "아름답기 어려운 인간의, 놀라운 아름다움"(이영주)이고 "작아지지 않는 슬픔, 그게 좋아서 첨벙첨벙 덤비는 일"(박연준)이며 "세상을 아주 느리게 다시 쓰는 것"(정다연)이라는 시인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 시 같다. "시란, 언젠가 결국 있게 될 말이다."(전욱진)
200호를 기념해 '시인의 말 모음집' 한정판(1만부)도 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시인선 1~199호 시집에 실렸던 '시인의 말'만을 묶었다. 이 말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문학동네 관계자는 "'시인의 말'은 많은 경우 시집의 맨 마지막에 쓰이는 글, 그러나 맨 앞에 놓이는 글"이라며 "시인과 독자가 처음 만나 인사 나누는 그 자리에 놓인 글이며 시인의 고백적 육성이 오롯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어렵다' '요즘 세상에 누가 시를 읽느냐' 이런 말들이 난무하지만 12년간 200권의 시집을 통해 시의 오늘과 미래를 증명해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두 권의 책은 시의 운명을 회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준비한 답변이다. 200호 시집을 펴내며 문학동네시인선 기획위원인 신형철 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는 "시인선의 고충? 그런 건 없다"며 "시인도 독자도 더는 고충을 견디려 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에 대한 염려만이 유일한 고충"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감각적 제목과 간명한 표지로 독자들에게 시의 매력을 알려온 '문학동네시인선'이 200호를 맞았다.
문학동네시인선은 2011년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 시인의 시를 선보이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첫 시집을 출간한 창비 시인선,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문학동네시인선의 차별점은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199호를 통해 첫 시집을 낸 시인은 박준, 이은규, 신철규, 이원하, 이현호, 최현우, 김희준, 고명재 시인 등 45명으로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출간 10년째인 올해 초 60쇄, 20만부를 찍는 기록적인 사랑을 받았다.
대담한 표지 디자인도 문학동네시인선 고유의 색깔이 됐다. 표지에는 오직 문학동네시인선 차례, 시집 제목과 시인 이름만 적었다. 시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을 바탕으로 삼았다. 초반에는 세로가 아니라 가로 형태로 된 특별판을 함께 출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200번째 시집의 제목은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이른바 ‘티저시집’이다. 올해 등단한 신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낸 시인, 등단 40년이 넘는 중진 시인 등이 앞으로 문학동네시인선에서 선보일 신작 시를 한 권에 모았다.
신작시 외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과 그에 대한 시인들의 답변도 담았다. 시란 "아름답기 어려운 인간의, 놀라운 아름다움"(이영주)이고 "작아지지 않는 슬픔, 그게 좋아서 첨벙첨벙 덤비는 일"(박연준)이며 "세상을 아주 느리게 다시 쓰는 것"(정다연)이라는 시인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 시 같다. "시란, 언젠가 결국 있게 될 말이다."(전욱진)
200호를 기념해 '시인의 말 모음집' 한정판(1만부)도 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시인선 1~199호 시집에 실렸던 '시인의 말'만을 묶었다. 이 말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문학동네 관계자는 "'시인의 말'은 많은 경우 시집의 맨 마지막에 쓰이는 글, 그러나 맨 앞에 놓이는 글"이라며 "시인과 독자가 처음 만나 인사 나누는 그 자리에 놓인 글이며 시인의 고백적 육성이 오롯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어렵다' '요즘 세상에 누가 시를 읽느냐' 이런 말들이 난무하지만 12년간 200권의 시집을 통해 시의 오늘과 미래를 증명해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두 권의 책은 시의 운명을 회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준비한 답변이다. 200호 시집을 펴내며 문학동네시인선 기획위원인 신형철 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는 "시인선의 고충? 그런 건 없다"며 "시인도 독자도 더는 고충을 견디려 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에 대한 염려만이 유일한 고충"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