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미술축제' 프리즈 런던 갔더니 韓 작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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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졸레니 갤러리 이승조展
평평한 캔버스를 3차원으로 표현
이탈리아 작가 보날루미와 2인전
"세계 무대에 이승조 본격 알릴 것"
마이클버너 갤러리 이승택展
한지·밧줄 등을 사용한 작품 전시
美 제임스 리 바이어스와 2인전
"당대 미술 사조에 얽매이지 않아"
평평한 캔버스를 3차원으로 표현
이탈리아 작가 보날루미와 2인전
"세계 무대에 이승조 본격 알릴 것"
마이클버너 갤러리 이승택展
한지·밧줄 등을 사용한 작품 전시
美 제임스 리 바이어스와 2인전
"당대 미술 사조에 얽매이지 않아"
10월의 영국 런던은 세계 미술계 ‘큰손’과 미술관 관계자의 눈이 쏠리는 곳이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꼽히는 ‘프리즈’가 이때 런던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런던이 ‘세계 미술의 수도’가 되는 이 시점에 한국 작가를 다룬 전시들이 개막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주인공은 33년 전 작고한 이승조와 91세 노(老)화백 이승택이다. 각각 마졸레니 갤러리와 마이클버너 갤러리가 해외 작가와 엮어 2인전으로 기획했다. 프리즈 런던은 지난 15일 막을 내렸지만 두 전시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캔버스에 생명을 불어넣은 '착시'
까르띠에, 프라다, 발렌티노….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는 영국 런던의 올드 본드 스트리트. 화려한 매장들 사이에 갤러리가 하나 끼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마졸레니 갤러리다.갤러리 안에 들어가면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평평한 캔버스가 3차원으로 일렁이고, 캔버스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딱딱한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다.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두 작품은 관람객에게 ‘분명 한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란 착각을 건넨다. 캔버스가 볼록 튀어나와 보이는 검은색 작품은 한국 작가 이승조(1941~1990)의 ‘핵’ 시리즈, 캔버스가 날카롭게 튀어나온 흰색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아고스티노 보날루미(1935~2013)의 ‘비앙코’ 시리즈다. 세계 미술계의 VIP가 모이는 ‘프리즈 런던’ 기간에 한국 국제갤러리와 마졸레니 갤러리가 각자 나라의 거장을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 함께 기획했다.
두 사람은 생전에 만난 적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각자의 나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평평한 캔버스에 입체적인 생명을 부여했다. 전시 제목을 ‘근접성의 역설’로 정한 이유다.
전시를 기획한 이탈리아의 유명 큐레이터 마르코 스코티니는 “이승조는 파이프를 통해, 보날루미는 ‘엑스트로 플렉션’이라는 기법을 통해 캔버스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예술적 지평을 공유했다”며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비슷한 작품을 냈다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고 했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화려한 색깔을 쓰기보다 단색에 집중한 것이다. 전시장에선 검은색의 이승조 작품과 흰색의 보날루미 작품이 대비를 이루며 서로를 마주한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만남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이승조 작품을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코티니는 “서양에 잘 알려진 한국 거장은 백남준 등 몇 명뿐인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숨겨진 작가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시공간 초월해 만난 '동갑내기' 작가
하얀 종이 수백 장이 바람에 나부낀다. 나뭇가지에 걸린 한지가 전시장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이번엔 황금색이다. 드레스를 지을 때 쓰는 화려한 천 가닥들이 벽을 넘어 바닥까지 축 늘어져 있다.꼭 쌍둥이 같은 두 작품이 놓인 곳은 영국 런던의 마이클버너 갤러리. 1932년생 ‘동갑내기’ 한국 작가 이승택과 미국 작가 제임스 리 바이어스(1932~1997)의 2인전이 열리는 곳이다. 마이클버너 갤러리와 한국 갤러리현대는 세계 최대 미술 행사 중 하나인 ‘프리즈 런던’ 기간을 맞아 이 전시를 함께 기획했다.
이 전시는 여느 2인전과는 다르다. 통상 2인전은 각 작가의 공간을 따로 구분하는데, 여기는 이리저리 뒤섞여 있다. 어떤 작가의 무슨 작품인지도 안 적혀 있어서 많은 관람객이 한 작가의 전시로 착각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알레그라 페센티 큐레이터에게 그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저는 2인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연결고리를 잇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하지만 두 작가는 재료도 그렇고, 당대 미술사조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죠. 관람객이 전시를 보며 두 작가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두 사람의 작품은 척 보기에도 비슷하다. 두 사람이 한 번도 소통한 적 없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승택이 사물의 본래 기능에서 벗어난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밧줄과 철사로 돌을 묶었다면 바이어스는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를 돌탑처럼 쌓아 올렸다. 한지를 매달아 보이지 않는 공기를 시각화한 이승택의 작품은 황금색 천으로 만들어진 바이어스의 작품과 똑 닮았다.
재치 있는 전시 구성도 돋보인다. 이승택이 1980년대 했던 ‘지구행위’ 퍼포먼스 작품 밑에는 그가 만든 달항아리가 놓여 있다. 마치 달항아리에서 지구가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페센티는 “두 작가뿐 아니라 이승택 작품 사이의 연결성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18일까지.
런던=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