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대폭 삭감된 내년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 예산을 원상복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키겠다는 명분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운동권 출신이 포진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될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야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에 민주당이 발끈한 이유
전국 사회적경제단체 88곳이 참여한 ‘사회적경제 예산 원상복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8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정부가 졸속으로 축소한 사회적경제 예산안을 원상복구하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적경제를 말려 죽이려는 일체의 시도에 저항하겠다”고 했다.

출범식에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진선미 사회적경제위원장 등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사회적경제 사업 예산 삭감 조치에 “사실상 일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원상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사업 예산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1972억원이 배정된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 예산이 내년 762억원으로 61.3% 삭감됐다.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은 75억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마을기업 육성 사업도 70억원에서 27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공대위 측은 내년도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 전체 예산이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친야 성향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노골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적경제 조직 인사 3300여 명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민주당은 이들 조직을 적극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시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공공기관 구매액의 5%를 사회적기업 제품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도입 조건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국회 통과를 내걸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을 늘려왔지만 그에 따른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정부의 감사에서 협동조합 대표가 친족 간 내부 거래로 보조금을 부당 집행해 이득을 취하는 등 부당 사용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소속된 인사들은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실상 민주당 하부조직 역할을 해왔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관련 지원 예산을 최대한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