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폭격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중대 기로에 섰다. 이란과 이집트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번지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해 확전을 막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하마스 산하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피란민과 환자로 가득 찬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아랍병원을 폭격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은 일제히 이를 이스라엘군의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번 사고를 ‘학살’이라고 비판하며 “내일은 전례 없는 분노의 날이 될 것”이라고 복수를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공습 사실을 부인하며 가자지구에 근거를 둔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가 잘못 쏜 로켓이 병원에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고는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주변국을 방문하기 직전에 벌어졌다.

이 사고의 여파로 요르단 암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정상회의는 전격 취소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