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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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아이는 울적하다”는 가사를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는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딸의 이름을 웬즈데이라 지었다. 불행이 곧 행복이며, 죽음을 삶보다 좋아하는 가족의 장녀는 검은색으로 온몸을 치장한 염세주의자다. 그러나 겉모습과 말투만으로 이 소녀를 판단하면 안 된다. 괴기스러운 가면 뒤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쟁쟁한 오리지널 시리즈들 사이에서 기록을 쓴 드라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후 첫 일주일 간 시청시간이 3억 시간을 돌파하면서 넷플릭스 역사상 공개 첫 주간 가장 많이 본 영어권 TV 드라마에 올랐고, 공개 후 6주 연속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웬즈데이’는 1930년대 연재됐던 미국 만화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아담스 패밀리는 괴상한 모습의 아담스 가족에 미국의 전형적인 가족상을 담아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원작을 잘 몰라도 큰 어려움은 없다. 이번 드라마는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가 10대가 되어 별종들이 모인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에서 겪는 사건들을 담았다. 몽환적인 호러로 소외된 자들을 그려내는 팀 버튼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8부작 중 4화까지 직접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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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입술, 검은 네일과 옷으로 고스(Goth)룩을 고수하는 그는 인형보다는 인형을 교수형하는 처형대를 좋아하고 각종 무기를 능숙하게 다룬다. 반면 10대들에게 보편적인 스마트폰과 SNS는 쓸데없다고 여긴다. 무엇보다 엄청난 독설가다. 교장 선생님이건 룸메이트건 비판적이고 염세적인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웬즈데이는 별종들이 모인 네버모어 아카데미에서도 별종으로 통한다. 동급생들은 음침해 보이는 그를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그를 부러워하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아이들이 생긴다. 웬즈데이의 당당함 때문이다.

웬즈데이는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진다. 그래서 언제나 솔직하고 거침없다. 세상에 맞지 않아 차별받고 괴롭힘당하는 아이들을 보아넘기지 않고 그들을 위해 싸운다. 겉모습만 보면 악당이지만, 속에는 친구들을 만나며 생겨난 우정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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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다른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웬즈데이’의 다른 등장인물들도 외형만 봐서는 내면을 알 수 없다. 별종 아이들은 보여지는 모습 때문에 문제아로 오해를 받지만 실은 순수하고 친절하다. 마을을 위해 자원봉사도 하고, 무도회를 앞두고 설레하는 평범한 10대들이다.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웬즈데이 같은 괴짜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장소다.

악은 평범한 얼굴을 한 사람들 안에 숨어있다. 웬즈데이의 조상과 그 가족들은 개척자들에게 별종으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했다. 네버모어가 위치한 카운티 ‘제리코’의 주민들도 사건만 벌어지면 네버모어 학생들을 의심하고, 일반 학교의 아이들은 네버모어 학생들을 볼 때마다 괴롭힌다. 별종들을 말살하려는, 가장 큰 악당도 선량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도 괜찮다는 것,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탄압하고 배척하는 행동이 오히려 옳지 않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반복해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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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오르테가에 따르면, 팀 버튼은 이 대본을 보고 웬즈데이의 모습이 자신의 10대 시절과 닮았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내성적이던 그는 실제로 공동묘지에서 온종일 지내며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독특하고 음침한 겉모습 속 숨겨진, 약자를 감싸안는 따뜻한 마음을 누군가는 봐 주길 원하지 않았을까.

‘웬즈데이’는 공개 약 3개월 만인 올 초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주연 배우이자 시즌 2의 제작자로 참여한 제나 오르테가가 지난 6월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 따르면 시즌 2에서 로맨스는 줄었고, 호러 분위기는 더 극대화됐다고 한다. 한편으로 궁금해지는 건 이번에는 어떤 멀끔한 얼굴의 악당이 등장할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