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독일로 흘러들고 있다. 유럽 3대 항만이자 독일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 터미널에 중국 국영 해운사가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자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항구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정부는 지난 5월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이 함부르크항만공사(HHLA)가 운영하는 터미널 세 곳 중 한 곳의 지분 24.9%를 취득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 함부르크 시장 출신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 기업의 지분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참여 지분 규모는 COSCO가 원한 35%보다 하향 조정됐다. 중국 견제에 화력을 쏟는 미국이 독일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현재 COSCO는 의결권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로 항만의 고객사 정보와 운영 시스템에는 접근할 수 없다.

독일 내부에선 ‘차이나 머니’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과 유럽의 물류 기반시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독일의 대중 의존도를 더 높인다”며 숄츠 총리의 결정에 반발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도 “위기가 발생하면 중국이 독일의 중요한 인프라를 정치적으로 도구화할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독일 현지에서 만난 경제 전문가들은 ‘환영할 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라인트 그로프 할레경제연구소(IWH) 소장은 “일부 정치인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관점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중국 자본 유입을 반대한다”며 “다른 나라로부터 받은 투자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의 지분 투자를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부르크·라이프치히=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