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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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들썩이는 물가를 억누르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간 확전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어서다. 원가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슈가플레이션 막아라" 설탕 값 인상 자제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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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업체들은 각 사별로 당분간 설탕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특히 설탕을 주목하고 있어, 원당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단기간내에 설탕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선 정부가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가격의 도미노 인상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설탕가격이 오르면 과자, 빵, 음료수 등 가공식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파운드(lb) 당 18.3센트에서 최근 27.03센트로 1년만에 47.7% 급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국제 설탕가격 동향 및 전망'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제당업체는 6~7월부터 설탕가격을 인상한 바 있고, 약 4~5개월분의 재고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설탕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문구에 대해 기업들은 사실상 "추가로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설탕 및 원당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부처와 협의해 내년에도 할당관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주가격 고민 빠진 주류업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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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업계도 소주 출고가 인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2월 물가 안정을 위해 소주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크게 뛴 원부자재 가격에 영업이익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0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이미 7% 안팎이라는 인상폭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검토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주 원재료인 주정 가격은 2년 연속 크게 올랐다. 주정 가격은 지난 4월 평균 9.8% 인상됐다. 주정 가격은 소주 원가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2월 10년만에 7.8% 오른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기에 소주 공병 가격도 지난 2월부터 기존 180원에서 220원으로 약 22% 인상됐다. 소주 업계는 과거 주정 가격이 인상 후 1~2달 뒤 가격을 인상했는데 올해는 인상을 반년 넘게 보류한 상태다.

실제 소주의 출고 가격이 오르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인상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통상 주류 업체가 100원 안팎으로 출고가를 올리면 음식점은 소주 판매 가격을 1000원가량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미 오비맥주는 지난 12일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서울 시내 일반음식점은 맥주 가격을 6000~7000으로 올린 상황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현재 소주 한 병 가격이 5000원 내외라는 점에서 ‘소맥(소주+맥주) 1만원’이 깨진 것이다.

○치킨 등 외식업계도 불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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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서민 간식인 치킨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진퇴양난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최근 원가 절감을 위해 치킨유의 올리브유 비율을 조정한 BBQ는 이날 현장점검을 나선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육계 가격 등 생산자 물가와 인건비, 배달대행 수수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함께 고민해달라는 얘기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당 1690원이던 생계 시세가 올해 최고 3190원으로 88.8%가량 올랐다. 올리브유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톤당 약 3000유로에서 현재 약 1만유로로 약 3.3배 급등했다.

올 상반기 유통·식품기업의 실적은 대부분 부진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3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6.4%, 대상은 35.9% 각각 감소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한훈 차관 주재로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 한 차관 주재 물가 안정 간담회 개최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식품업계와 만나는 것이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SPC, 동원F&B, 오리온, 풀무원 등 16개 기업의 대표, 임원 등이 참석한다.

하수정/송영찬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