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스클리(SB12) 제품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에피스클리(SB12) 제품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직접판매(직판) 승부수를 띄우며 시밀러업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8년간 개발·임상을 거친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에피스클리’(사진)를 지난 7월 독일에 출시한 데 이어 9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잇따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내 프랑스, 네덜란드 출시도 예정돼 있다. 이 약은 아스트라제네카(옛 알렉시온)가 만든 오리지널약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시밀러시장에선 삼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 판매 허가는 미국 바이오기업 암젠이 삼성보다 먼저 받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특허 분쟁으로 출시가 지연되며 삼성이 시장 선점의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 제품엔 경쟁사 제품에 포함된 '솔비톨'이란 물질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과당 불내증 환자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투여가 금지된 물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외 진출 시 제품 판매를 현지 업체에 위탁하던 관행을 깨고 이번에 처음으로 자체 판매망을 통해 직판을 시도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이 최근 미국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를 추진한 것도 영업력 확대와 판매 비용 절감이 목적이다.

글로벌 PNH치료제 시장 규모는 5조원 규모다. PNH는 체내 면역체계와 적혈구 간 연결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서로 충돌하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적혈구가 깨지면서 혈전이 생겨 심부전 폐부전 고혈압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환자수는 인구 100만 명당 15명꼴로 임상이 어렵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 바이오시밀러업계가 개발을 꺼리는 분야였지만 삼성은 그 틈새시장을 노렸다. 제품명(에피스클리)에 사명(에피스)을 넣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PNH치료제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극심하다보니 솔리리스 독점 구조가 장기 고착화되면서 연간 치료비만 4억~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바이오의약품시장이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7월 국내 허가도 신청해 국내 판매도 준비중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