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한 매수자가 10만 명에 육박하며 일곱 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급 부족 우려와 규제 완화 등의 여파로 집값이 오르면서 “가격이 더 뛰기 전에 무주택자에서 벗어나자”는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금리 뛰는데…'생애 첫 내 집 마련' 10만명 육박
19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9월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와 오피스텔, 연립·다세대주택 등) 구입으로 소유권 이전을 신청한 매수인은 9만8225명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2021년 4분기(11만3501명) 후 가장 많은 수치다.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는 작년 4분기 6만1636명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선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서울에 첫 둥지를 튼 무주택자는 1만1030명이었다. 1분기(5172명)의 약 2배 수준이고, 전년 동기(8338명)와 비교해도 32% 많다. 올 들어 서울에서 생애 최초 주택 매수세가 가장 강했던 자치구는 송파구(2161명)였다. 동대문구(1712명)와 은평구(1637명)가 뒤를 이었다. 서울 주택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2분기부터 강남3구 매매가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의 존재감이 컸다. 1~9월 전국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무주택자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25.0%), 50대(12.7%), 20대 이하(11.6%) 순이었다.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인 2021년 1~9월 16.2%에서 작년 15.2%, 올해 11.6%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반면 40대는 같은 기간 22.4%→23.7%→25.0%로 높아지는 추세다.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2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세가 약해지고, 비교적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40대의 매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10월 연 4.82%에서 올 5월 연 4.21%로 하락했다가 8월 연 4.31%까지 상승했다. 비록 금융 부담은 더해지고 있지만 주택 공급난 리스크가 확산하자 가격 상승을 우려한 30~40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리 오름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급매 소진 이후 매물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4분기엔 이 같은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생애 최초 매수자 수를 월별로 따져보면 8월 올 들어 최고치인 3만3716명을 찍었다가 지난달엔 3만887명으로 한풀 꺾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이 3개월 전 대비 12% 늘어나는 등 전국에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