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내년 금리 하락을 예상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美 국채 ETF 손실에도 한 달 새 900억 몰렸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 펀드 213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2.48%로 집계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 323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인 -0.56%보다 저조했다.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이 -3.42%까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달 말 연 4.57%에서 전날 4.91%까지 급등하는 등 금리 상승으로 채권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지만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설정액은 오히려 최근 한 달 사이 91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로 개인 매수세가 여전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금리 변화에 민감해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다른 채권 ETF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4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등도 각각 92억원, 82억원어치 사들였다.

다만 미국 장기채 ETF가 아닌 다른 해외 채권형 펀드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형 펀드 129종의 설정액은 1개월 전 2조6380억원에서 최근 2조5926억원으로 454억원 감소했다.

강진원 KB자산운용 채권운용실장은 “ETF가 아닌 일반 펀드들은 잔존 만기가 비교적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가 올라 채권 쿠폰(배당)이 늘어나도 채권 가격 손실이 더 크면 투자자로선 손해가 돼 자금을 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