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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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3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냈다. 계속된 차량 가격 인하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44% 급감했다. 3분기 실적이 공개된 1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5%가량 하락 마감했고, 장 마감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추가로 4% 이상 떨어졌다.

○‘반토막’ 난 영업이익률

차값 너무 내렸나…테슬라, 순이익 '반토막'
테슬라의 일반회계기준(GAAP) 3분기 순이익은 18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9200만달러)보다 44% 감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66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0.73달러)를 밑돌았다. 작년 3분기 EPS는 1.05달러, 올 2분기는 0.91달러였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7.6%로, 전년 동기(17.2%)보다 9.6%포인트 하락해 ‘반토막’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출총이익률도 17.9%로, 작년 동기(25.1%)보다 7.2%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 매출은 233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매출 역시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41억달러)를 밑돌았다. 테슬라는 차량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게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고급 모델인 모델X의 경우 미국 판매가를 연초 12만900달러에서 7만9990달러까지 3분의 1가량 내렸다. 테슬라의 3분기 차량당 매출원가는 3만7500달러 수준으로 전분기(4만5000달러)보다 줄었다. 그 결과 매출은 한 자릿수 늘어났고, 수익은 급감했다. 테슬라의 분기 순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2일 테슬라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차량 인도량은 43만5059대로 직전 분기(46만6140대) 대비 7% 감소했고,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46만1000대)도 밑돌았다. 3분기 생산량도 43만488대로 2분기(47만9700대) 대비 10%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가격 인하와 판매 부진으로 테슬라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빴다”고 평가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4.78% 떨어진 242.68달러로 마감한 뒤 시간 외 거래에서도 4.24% 하락했다.

○“당분간 주가 반등 어렵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테슬라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지 못해서다.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1분기 60%에서 3분기 50%로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빠른 속도로 새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테슬라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경쟁업체인 비야디(BYD)가 매섭게 따라붙고 있고,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이를 반영해 미국 은행 파이퍼샌들러는 지난 15일 테슬라 목표 주가를 300달러에서 290달러로 낮췄다. 웰스파고도 목표 주가를 265달러에서 260달러로 조정했다.

단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판매를 계기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다음달 30일부터 사이버트럭 출고를 시작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김인엽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