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지지 메시지를 내자 이슬람권 각국에선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정치적 압박은 물론 확전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 앞에선 군중이 “미국은 악마”라고 외치며 돌을 던지고, 주변 건물에 불을 지르고,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격한 시위가 벌어졌다.

가자 병원 참사 이후 아랍권 국가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마스를 노린 이스라엘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목격하면서 그동안 쌓인 반감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날 이란의 테헤란과 이집트 카이로등 중동 곳곳에선 수만 명이 모여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후 미국에 대한 아랍권의 적대감도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하며 가자 병원 참사는 이슬라믹지하드 무장세력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반감은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과도하게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사고로 회담이 무산됐다. 가자지구에 발이 묶인 500~600명의 미국 시민 탈출도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세울 만한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한편 19일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 수는 5100명을 넘어섰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까지 최소 378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1만2493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개전 이후 14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