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 장기간 시세조종 의혹…결국 하한가까지 이어져
금융당국, '제2 하한가 사태' 유사사례 조사로 인지…검찰 4명 구속영장
불공정거래 어디까지…SG·제2하한가 이어 또 불거진 '주가조작'
지난 4월 증시를 강타한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또다시 하한가를 계기로 시세조종 의혹이 드러나는 사태가 되풀이됐다.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폭락한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라덕연 사태'와 '제2 하한가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이 드러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6월 제2 하한가 사태 등을 계기로 그간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던 장기 시세조종 조사를 추진했다.

당국은 두 사태와 유사한 패턴의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파악하면서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심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해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7∼8월에 (시세조종 의혹을) 인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SG 사태, 제2 하한가 사태 등이 있었고, 계속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나온 게 영풍제지"라고 전했다.

앞서 라덕연 사태 관련 종목과 이후 제2 하한가 사태 종목들은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해 기존의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을 비껴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 종목은 증시에서 거래량이 적고, 자산주로 꼽히는 종목이라는 점도 공통적으로 갖췄다.

불공정거래 어디까지…SG·제2하한가 이어 또 불거진 '주가조작'
이번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 역시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제지 주가는 연초 이후 지난 17일까지 730%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일별로 보면 상한가는 지난 4월 한 차례만 기록했고, 대양금속의 경우에는 올해 들어 주가가 횡보세를 지속해왔다.

장기간 저평가된 자산주였다는 것도 앞선 주가 폭락 종목과 비슷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26일 특정계좌(군)의 매매관여 과다를 이유로, 8월 3일에는 15일간 상승종목의 당일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를 이유로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영풍제지를 올해 두 차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은 이상 호가에 대한 양태를 볼 때 시세조종 징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높은 단계인 투자경고나 투자위험 종목으로는 지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기존 SG 사태나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와 이번 사안의 비교는 당국 등의 조사가 더 이뤄진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조사 초기부터 영풍제지 등에도 특정 세력이 장기간에 걸쳐 시세 조종에 개입한 것을 파악하고, 패스트 트랙(신속수사전환)으로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한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불공정거래 어디까지…SG·제2하한가 이어 또 불거진 '주가조작'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7일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이 있는 이모씨 등 4명을 긴급체포했으며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긴급체포 이튿날인 18일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갑작스럽게 하한가로 추락했다.

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강제 수사에 돌입하자 공범 등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물량을 매도하면서 전날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주가 조작과 회사 관계자의 연관성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양금속이 작년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영풍제지 측은 이날 거래소의 조회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당국 및 금감원으로부터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