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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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영업 마진은 3분기 연속 하락했다. 무분별한 가격 인하가 수익에 계속 타격을 주고 있다는 신호다(더버지)"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테슬라의 3분기 '어닝 쇼크'를 가격 인하 정책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경제 전문 매체 바론즈는 "수익성이 악화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라며 "금리 상승, 경기 둔화, 전기차 경쟁 가열에 따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 몇달 간 가격을 여러 차례 대폭 인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고급 모델인 모델X 미국 판매가를 연초 12만900달러에서 7만9990달러까지 3분의1 가량 내리는 등 올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한때 20%에 육박했던 테슬라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언급하며 "가격 인하가 만연하면서 한때 자랑스러웠던 테슬라의 영업이익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하락한 순이익률을 두고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달리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던 테슬라가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뉴욕타임(NYT)는 "3분기 순이익률은 7.6%로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가격 할인을 무한정 계속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신과 스타트업을 위한 비바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REUTERS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신과 스타트업을 위한 비바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REUTERS
투자은행들은 앞서 테슬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실적 악화를 예견했다. 파이퍼샌들러는 지난 15일 테슬라 3분기 배송 실적 부진을 이유로 목표 주가를 300달러에서 290달러로 낮췄다. 파이퍼샌들러는 "3분기 마진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잠시 주춤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테슬라가 기껏해야 횡보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 웰스파고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265달러에서 260달러로,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말 300달러에서 285달러로 낮췄다.

외신과 분석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테슬라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지만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NYT는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1분기 60%에서 3분기 50%로 하락했다"라며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 제네럴모터스(GM) 등 다른 제조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새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테슬라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BYD 아토 3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P
지난달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BYD 아토 3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P
중국에서도 경쟁업체인 비야디(BYD)가 매섭게 따라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가격 전쟁이 격화되고 있고, 경쟁사 BYD의 부상으로 인해 테슬라의 성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판매를 계기로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됐다. 세스골드스타인 모닝스타 주식전략가는 "가격 인하가 마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주가에 반영되어 있었다"라며 "여러 차례 지연됐던 사이버트럭을 출시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다음 달 30일부터 사이버트럭 출시를 시작한다고 이날 실적발표에서 언급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