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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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에 중국 첨단기술 기업 투자 현황을 보고할 것을 압박했다. 세쿼이아는 운용자산 기준으로 앤드리슨호로위츠 다음으로 큰 세계 2위 VC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하원 중국특위의 마이크 갤러거(공화당) 위원장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민주당) 의원은 최근 세쿼이아에 별도의 서한을 보내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중국 시장에서 사업상 중요한 운영을 하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반도체 칩,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 이후 투자 현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하원 중국특위는 세쿼이아의 위험한 투자 사례를 직접 열거했다. 신장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통제하는 데 쓰이는 안면 인식 기술을 개발한 딥글린트라는 중국 기업에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쿼이아가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투자한 것도 지적했다. 중국특위는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중국 공산당의 감시와 영향력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세쿼이아는 이 같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올해 6월 중국, 인도 시장에만 투자하는 법인(홍산)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분할 설립 작업은 내년 3월 완료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갤러거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법인을 분리함으로써 세쿼이아는 문제가 있는 중국 기업에 미국의 첨단 전문 지식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는 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이것은 더 깊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미 의회는 중국 공산당과 군부의 군사력 증강과 인권 유린 등에 미국 자금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쿼이아에 보낸 서한에서도 갤러거 위원장 등은 "홍산(중국 법인)을 별도로 분할한다는 결정이 미국의 규제 조사로부터 자본 흐름을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홍산이 이미 미국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분할 설립된 만큼 향후에도 미국 투자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 하원 중국특위는 올해 상반기부터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VC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개시했다. 지난 7월엔 GGV캐피털 GSR벤처스 월든인터내셔널 퀄컴벤처스 등에 공문을 보냈다. 당시 갤러거 위원장은 "다음 조사 대상은 세쿼이아"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곳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