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농가 110㏊ 법인화…콩·양파 등 2모작으로 소득 3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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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업대전환 1호 '문경혁신농업타운' 가보니
벼 1모작땐 총 9억8000만원
2모작 통해 29억원으로 증가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의 모델
홍의식 조합대표 "고령 농민들
농지 빌려주고 배당으로 고소득"
벼 1모작땐 총 9억8000만원
2모작 통해 29억원으로 증가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의 모델
홍의식 조합대표 "고령 농민들
농지 빌려주고 배당으로 고소득"
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 110㏊(약 33만 평)의 너른 들녘은 경북 농업대전환의 현장이다. 이곳은 그동안 80여 농가가 개별 영농을 해오던 논으로, 평소 같으면 벼가 황금물결을 이룰 곳이지만 콩 수확을 앞두고 있다. 남아도는 쌀 대신 자급률 23.7%에 불과한 콩을 105㏊규모로 심었다. 쌀 대신 수익이 높은 콩을 심고 수확 후에는 양파를 또 심어 내년 봄에 수확함으로써 소득을 2~3배로 늘리는 2모작 영농이다. 고령 농민이 많아 벼농사만 짓던 농토를 기계화된 공동영농으로 바꿔 농지 생산력을 높인 덕분이다.
경북과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바꿀 문경혁신농업타운의 주인공은 홍의식 늘봄영농조합의 대표(59)와 율곡리 80개 농가다.
농업진흥청 표준소득 분석에 따르면 문경혁신농업 타운 110㏊의 농업소득은 3배 가까이 늘어난다. 벼농사 1모작만 할 경우 농업 소득은 7억8000만원, 직불금 2억800만원 등 총 9억8700만원이지만 동절기에 양파(65㏊)와 봄 감자(20㏊), 하절기에 콩(105㏊)과 쌀(5㏊)을 나눠 2모작을 할 경우 농업소득은 26억원, 직불금은 3억5600만원으로 총 29억5000만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대식 경북도 농업정책과장은 “농가소득은 기존 1234만원에서 2년 차에는 3243만원으로 2.6배, 3년 차에는 4560만원으로 3.7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농업소득이 증가한 것도 중요하지만 문경혁신타운의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 농업사에도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2022년 기준 65세 이상 농민 49.8%)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금 농지를 규모화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농업혁신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함께 참여하는 80개 농가의 가장 젊은 농민이 75세”라며 “혼자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2모작은 힘이 들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돌아가시면 잡초만 자라는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곳 고령 농민들은 농지만 빌려주고 직접 농사를 지을 때보다 2~3배 많은 소득을 얻는다.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버려질 땅이 기계화할 수 있는 대규모 영농의 범위로 들어오고 수입에 의존하는 콩이나 양파 등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승 경북도 농정관리팀장은 “콩이나 밀 전문 생산단지는 있지만 이처럼 110㏊라는 대규모로 80 농가가 참여해 2모작을 시도하는 곳은 문경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경 혁신농업타운의 80개 농가는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임대료 대신 배당소득을 받는다.
홍 대표는 첫해 배당소득으로 평당 3000원을 약속했다. 고령 농가가 농지 300평을 빌려주면 연간 23만원 정도를 받는 데 비해 3배가 넘는 9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비가 잦아 새로 심은 콩밭의 10~20%는 작황이 좋지 않지만, 벼만 1기작으로 할 때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다. 영농에 참여할 경우 하루 9만~30만원의 인건비로 추가이익도 얻을 수 있다. 홍 대표가 이렇게 80개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30년간 농사를 지으며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온 덕분이다.
홍 대표가 농업 현장에 뛰어든 것은 30년 전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700평의 농지에 2500평을 더 보태 농업에 투신한 뒤 규모를 점차 늘려갔다. 규모화나 기계화 없이는 생산력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한 홍 대표는 고령 농민들의 농토를 대신 경작하면서 다른 곳보다 후한 값을 쳐줘 농민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대규모 영농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에 이철우 경북지사의 농업혁신에 뜻을 같이해 혁신농업타운 사업에 경북 1호로 참여했다. 주위에서는 ‘왜 사서 고생이냐’며 우려도 많지만 홍 대표는 “이 길이 대한민국 농업이 가야 할 길”이라며 “올해 비가 많이 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꼭 성공시켜 농업혁신의 모델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홍 대표는 “우리 같은 대규모 영농 모델이 많이 만들어지면 농산물 수급 조절도 쉬워지고 농가도 고수익을 보장받아 네덜란드처럼 농민이 부자가 되고 선진농업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예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홍 대표의 아들 동환 씨(29)도 직장생활을 접고 미래농업에 뛰어들었다. 동환 씨는 “새로운 작목을 대규모로 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지만, 도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며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을 통해 월급받는 청년 농부를 유입시켜 고용을 늘리면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경=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경북과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바꿀 문경혁신농업타운의 주인공은 홍의식 늘봄영농조합의 대표(59)와 율곡리 80개 농가다.
농업진흥청 표준소득 분석에 따르면 문경혁신농업 타운 110㏊의 농업소득은 3배 가까이 늘어난다. 벼농사 1모작만 할 경우 농업 소득은 7억8000만원, 직불금 2억800만원 등 총 9억8700만원이지만 동절기에 양파(65㏊)와 봄 감자(20㏊), 하절기에 콩(105㏊)과 쌀(5㏊)을 나눠 2모작을 할 경우 농업소득은 26억원, 직불금은 3억5600만원으로 총 29억5000만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대식 경북도 농업정책과장은 “농가소득은 기존 1234만원에서 2년 차에는 3243만원으로 2.6배, 3년 차에는 4560만원으로 3.7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농업소득이 증가한 것도 중요하지만 문경혁신타운의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 농업사에도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2022년 기준 65세 이상 농민 49.8%)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금 농지를 규모화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농업혁신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함께 참여하는 80개 농가의 가장 젊은 농민이 75세”라며 “혼자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2모작은 힘이 들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돌아가시면 잡초만 자라는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곳 고령 농민들은 농지만 빌려주고 직접 농사를 지을 때보다 2~3배 많은 소득을 얻는다.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버려질 땅이 기계화할 수 있는 대규모 영농의 범위로 들어오고 수입에 의존하는 콩이나 양파 등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승 경북도 농정관리팀장은 “콩이나 밀 전문 생산단지는 있지만 이처럼 110㏊라는 대규모로 80 농가가 참여해 2모작을 시도하는 곳은 문경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경 혁신농업타운의 80개 농가는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임대료 대신 배당소득을 받는다.
홍 대표는 첫해 배당소득으로 평당 3000원을 약속했다. 고령 농가가 농지 300평을 빌려주면 연간 23만원 정도를 받는 데 비해 3배가 넘는 9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비가 잦아 새로 심은 콩밭의 10~20%는 작황이 좋지 않지만, 벼만 1기작으로 할 때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다. 영농에 참여할 경우 하루 9만~30만원의 인건비로 추가이익도 얻을 수 있다. 홍 대표가 이렇게 80개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30년간 농사를 지으며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온 덕분이다.
홍 대표가 농업 현장에 뛰어든 것은 30년 전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700평의 농지에 2500평을 더 보태 농업에 투신한 뒤 규모를 점차 늘려갔다. 규모화나 기계화 없이는 생산력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한 홍 대표는 고령 농민들의 농토를 대신 경작하면서 다른 곳보다 후한 값을 쳐줘 농민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대규모 영농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에 이철우 경북지사의 농업혁신에 뜻을 같이해 혁신농업타운 사업에 경북 1호로 참여했다. 주위에서는 ‘왜 사서 고생이냐’며 우려도 많지만 홍 대표는 “이 길이 대한민국 농업이 가야 할 길”이라며 “올해 비가 많이 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꼭 성공시켜 농업혁신의 모델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홍 대표는 “우리 같은 대규모 영농 모델이 많이 만들어지면 농산물 수급 조절도 쉬워지고 농가도 고수익을 보장받아 네덜란드처럼 농민이 부자가 되고 선진농업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예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홍 대표의 아들 동환 씨(29)도 직장생활을 접고 미래농업에 뛰어들었다. 동환 씨는 “새로운 작목을 대규모로 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지만, 도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며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을 통해 월급받는 청년 농부를 유입시켜 고용을 늘리면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경=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