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데이터 실망에 급락한 유한양행‧오스코텍…'줍줍'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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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 초록 공개 이후 유한양행‧오스코텍 급락
“데이터 실망감에 낙폭 커졌지만…실망스런 데이터 아냐”
“빠른 V자 반등은 어렵지만, 저가매수 기회 올 것”
사진=유한양행
사진=유한양행
첫 번째 글로벌 항암신약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중간결과의 발표를 앞두고 데이터가 공개된 직후 이 약물을 개발한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주가가 급락했다. 데이터 공개를 계기로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나선 데 더해, 데이터 자체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되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망할 데이터가 나온 게 아니며, 주가 하락의 폭도 지나쳤다고 평가한다.

ESMO 이벤트 종료 인식과 데이터 실망 맞물린 급락

19일 오전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은 각각 2%대와 7%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17.45%와 20.85% 급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전일의 급락 배경은 오는 20~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유럼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를 앞두고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 중간결과 데이터가 담긴 초록의 공개로 인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ESMO가 개최되면 ‘재료 소멸’로 인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기에 미리 유한양행의 비중을 줄여놨었다”면서도 “초록의 데이터가 주식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 낙폭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를 압도하는 임상 3상 중간결과가 이번 ESMO에서 발표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레이저티닙의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 중인 얀센이 이번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언급을 꾸준히 내놓으면서다.

이에 주식시장과 제약‧바이오업계 안팎에서는 레이저티닙이 타그리소를 제치고 ‘계열 내 최고 약물(Best-in-Class)’이 될 것이란 기대가 부풀었다. 이 같은 기대가 주목된 지난 4월과 7월에는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의 주가 급등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크게 급락한 지난 18일 종가를 연초와 비교하면 유한양행은 7,52%, 오스코텍은 18.50% 상승한 상태다.

“시장의 실망은 일부 임상 지표만 봤기 때문”

초록에 실린 데이터 자체도 하락의 빌미가 됐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주로 보는 임상 지표들만 보면 경쟁약인 타그리소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록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23.7개월이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16~19개월보다는 길지만,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에서 나온 29.4개월보다는 짧았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암세포가 자라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으로, 항암제 효능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다.

2차 평가지표 중 항암제를 투약한 후 약효가 나타나는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반응율(ORR)도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86%,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8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우선 무진행생존기간의 경우 타그리소와 병용한 약물이 화학항암제이기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도 파괴해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화학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도록 개발된 약이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와 같은 표적항암제다. 초록에서는 구체적인 안전성 데이터가 공개되지는 않았고, ESMO 행사의 발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현재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차지하고 있는 폐암 1차 치료의 표준 치료요법의 자리를 대체하는 걸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며 “타그리소‧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은 부작용 문제 때문에 표준 치료요법의 자리를 놓고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무진행생존기간만 보는 게 신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저티닙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이번 ESMO에서 발표를 맡은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무진행생존기간과 다른 임상지표를 병행해 분석하면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기간(OS)를 늘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타그리소‧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객관적 반응률(ORR)이 큰 차이가 없었던 것만으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잘못됐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약효가 지속되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반응지속기간(mDoR)이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25.8개월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16.7개월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당장 V자 반등 기대하긴 어렵지만, 저가매수 기회 노리는 중”

ESMO에서 발표될 임상 3상의 중간결과에 대해 주식시장의 오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장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A씨는 조언했다. 급락 이후 V자 반등이 나온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바이오 종목의 경우 급락한 다음 바로 반등하기보다 한동안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크게 급락하는 동안 매도하지 못한 물량이 남아있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이 실패한 것도 아니기에, 시간을 두고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을 저가매수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A씨는 덧붙였다.

얀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 자료를 통해 올해 안에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