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신간] 줌파 라히리 단편집 '로마 이야기'
▲ 로마 이야기 =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 여성이 식당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한 소녀가 발을 쭉 뻗고 앉아 길을 막고,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는 이주자 여성에게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적힌 쪽지가 전해진다.

고국에서 전쟁을 피해 온 난민은 힘들게 얻은 집과 가족을 지키려다가 이웃들의 핍박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인도계 미국인 작가 줌파 라히리가 내놓은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로마 이야기'에 나오는 모습들이다.

로마로 이주해온 소설 속 인물들이 당면한 현실은 은근하고도 집요한 차별이다.

영국 태생의 인도계로, 미국으로 이주해 교육받고 성인이 된 뒤에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라히리 소설들의 중심 테마는 바로 이방인이라는 감각이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에 이어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모국어인 영어와 성인이 되어 배우기 시작한 이탈리아어 두 언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 아홉 편이 수록됐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마음산책. 288쪽.
[신간] 줌파 라히리 단편집 '로마 이야기'
▲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태연 등 옮김.
프랑스의 한국문학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 소설에 형태를 바꿔가며 등장하는 적(敵)의 형상을 분석했다.

김애란·박민규·장강명·이승우·한유주 등의 작품들을 통해 저자는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 생겨난 적이 "고독, 기술중독, 소통의 어려움, 시민 정신의 결여, 의존성, 가상 세계, 의식과 정체성의 위기와 같은 익숙한 형태의 적들"로 변화했음을 짚는다.

이인성, 이승우 등 한국 소설가들과의 특별한 만남과 한국 작품에 얽힌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을 담은 글들도 함께 수록했는데, 저자의 한국문학과 작가들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저자인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에 한국학과를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뒤 한국 현대문학 작품들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18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