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매체들 "중동 사태, 강대국 분열 심화 극명하게 드러내"
가자병원 참사에 미 영향력 흔들리는 사이, 중국은 '중재 외교' 본격화
[이·팔 전쟁] 격화되는 미 vs 중러 갈등…"新 글로벌 분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고 확고한 연대와 지원 의지를 표시했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대를 "오랜 친구", "친애하는 친구"로 부르며 3시간 동안 회담하고 양국 간 공조를 재확인했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격랑에 빠져든 날 강대국 지도자들의 이같이 엇갈린 행보는 미국과 중·러간 한층 커진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쟁에 대한 양측의 입장부터 극명하게 엇갈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국방부 데이터를 근거로 병원 폭발에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밝히면서 "의회에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위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역시 전쟁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두 나라가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건설을 지지해온 만큼 기존 입장에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테러 행위라며 연일 규탄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하마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기본적인 인식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나 유럽 일부 지역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인들의 정착을 장려하며 가자지구 230만 인구를 고립시켜 자유를 제한하는 식민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13일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에 빗대어 비판했다.

또한 중국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판 입장을 표명했다.
[이·팔 전쟁] 격화되는 미 vs 중러 갈등…"新 글로벌 분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발표 10주년을 계기로 열린 이날 포럼은 각국 정상 등 대표자급 인사가 20명 넘게 참석한 대형 국제행사였다.

그러나 개막식 연설에서 중대 국제 현안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언급한 지도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일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지적했다.

NYT는 이같은 행보를 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정치 지형이 재편됐고, 변화한 지형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의 한나 노테 연구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대립하면서도 이스라엘에 관해서는 정반대 입장을 보인다는 게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많은 나라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에 연대를 선언하고 곁에 선 틈을 타 중국은 중동 중재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성과를 노리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사우디는 이번 전쟁으로 이를 중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요르단에서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과 4자 정상회담을 갖고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는 가자지구 병원 대참사에 무산됐다.

반면 중국은 올해 초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며 '중동 해결사' 역할에서 이미 성과를 낸 상황이다.

중국은 이번 주에는 자이쥔 중국 정부 중동문제 특사를 중동에 파견한다.

NYT는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이미 드러냈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정직한 중개자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테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지배하려는 미국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가 어긋날 경우 러시아에 부수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